이사다 출장이다 바빠서 엄마에게 한동안 전화를 못 드렸다. 전화 발신음이 몇 번 갔지만 전화를 안 받으신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옆 동에 사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연극 보러 가셨어, 전화를 꺼 놓은 것 같아”.
“그래? 연극도 보러 다니셔? 엄마가”
“엄마, 연극 같은 거 보는 거 굉장히 좋아해”
엄마는 연극 보는 것을 좋아하신다. 왜 아니겠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문화 쪽으로 기웃거렸던 게, 다 엄마의 피가 섞여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젊어서 엄마는 연극을 볼 수 없었다. 리어카를 끌며, 온 동네로 계란과 번개탄을 팔러 다니셔야만 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발 뒤꿈치에 두텁게 쌓이고 갈라진 각질을 칼로 잘라 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