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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거인] 가즈오 이시구로

by YT

사실 나는 한국소설을 주로 읽었다. 외국 소설들이 번역의 문제 때문인지 선뜻 내 마음에 읽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 소설도 비슷하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 금각사는 중도에 읽기를 그만두어 끝내지도 못했다 – 와 몇 년 전 퇴물 아나키스트를 다룬 유쾌한 소설 [남쪽으로 튀어]가 내가 기억하는 읽었던 일본 소설이다.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아직 하나도 읽지 못했다.

어느 날 뜬금없이 ‘나도 일본 소설을 읽어봐’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국화와 칼]을 읽은 직후라 더 그렇게 결심하게 된 것 같다. 일본의 노벨상 작가라고 해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최근작을 주문했지만, 완전히 실패했다. 그는 일본인이지만 영국에서 활동하는 영어로 된 소설을 쓰는 영미권 작가다. [파묻힌 거인]이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그의 소설은 영국의 전설과 백인 주인공을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성공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게 된다. 과연 일본인이 영어로 소설을 써서, 영미권의 독자들에게 깊이 어필할 수 있을까? 그의 성공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매우 궁금해졌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노벨 문학상도 받았다고 하니, 외견상 어느 정도 성공은 이룬 듯하다. 하지만 [파묻힌 거인]은 나에게 특별함을 주지 못했다. 연극으로 만들어질 법하다는 생각을 했고, 아더 왕의 전설, 트랜스 포머 등의 상징으로 엮인 진부한 판타지일 뿐이다. 내용 역시, 반전과 진정한 사랑이라는 뻔한 테마를 다루고 있을 뿐이다. 계속 외국 소설로 읽기의 새로운 굴을 파야 할지 주춤거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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