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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도시 이름

by YT

헤로도토스의 [역사],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같은 역사책을 읽을 때의 어려움 중 하나는 현재와는 다른 터키 속 지명이 매우 생소하여, 도대체 이 사건이 현대 어느 곳에서 벌어진 것인지 바로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 터키가 위치한 소아시아가 수많은 시대의 역사가 겹쳐진 곳이기 때문이다. 기원전부터 히타이트, 페르시아, 그리스가 있고, 그 위에 로마가 덧칠되며, 그 후에는 셀주크 터키, 오스만 터키가 덧칠된다. 이 외에도 국지적으로 페르가몬 왕국, 아마존 왕국, 카파도키아 왕국, 폰토스 왕국, 셀레우코스 왕조등 수없이 작은 왕국들 또한 소아시아 땅에서 융기했다 스러져갔다. 그리고 기독교 성경의 이야기도 소아시아 지방에 그 흔적을 짙게 드리운다. 그러다 보니, 역사책 속의 터키 도시들은 특정 시대의 옛날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에, 비록 터키에 살고 터키를 잘 안다고 해도 도대체 이 사건이 어디에서 일어난 건지, 도대체 이곳은 어디인지 감조차 잡지 못할 때가 많다.

터키의 많은 도시와 지역은 대부분 하나 이상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이름과 지명이 현재의 것과 유사하여 유추 가능한 경우도 있고, 지역 명과 도시명이 혼동하여 쓰이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이름인 경우도 많다. 이런 도시명과 지명의 복잡 다양함이 역사책 읽기를 혼란스럽고, 어렵게 만든다.

아마존 왕국의 수도인 ‘시노페’는 현재 터키의 흑해 연안에 위치한 도시 ‘시노프’다, 성경에서 ‘안디옥’이라 불리고,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가 막을 내린 로마시대 제3의 도시인 ‘안티오키아(안티오크)’는 현재 터키의 ‘안타키아’에 해당한다. 그리고 성경의 ‘에베소’, ‘에페수스’는 현재 터키 맥주 브랜드 이름이기도 한 ‘에페스’이다. 이런 경우는 우리가 비교적 쉽게 과거 지명에서 현재의 이름을 유추할 수 있는 경우이다. 그리고 과거의 지명이 현재의 지명보다 더 유명하여 현재의 이름으로 거의 불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보스포러스’. 이것은 그리스 말인데, ‘보아지치’라는 터키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포러스’라고 이야기해도 터키인들 모두는 어디를 얘기하는지 알고 있다. 조금은 덜 알려지긴 했지만, 히타이트 제국의 수도 ‘하투사’는 터키 지명으로 ‘보아즈 칼레’라고 한다. 이 역시 과거의 이름인 ‘하투사’가 더 유명한 경우이다.

그럼 이제 난이도를 조금 높여보자. 터키어로 목화 성을 의미하는 석회 온천 ‘파묵칼레’의 과거 이름은 ‘히에라폴리스’라고 한다. 첫 번째 기독교 공의회로 유명한 ‘니케아’는 현재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 ‘이즈닉’과 같다. 그리고 폼페이우스가 소탕했던 ‘킬리키아’의 해적은 터키의 ‘알란야’ 지방이다. ‘킬리키아’는 ‘알란야(시)’를 포함하는 그 주변 일대를 일컫는 지역 명이다. 터키의 유명한 휴양지 ‘안탈리아’가 포함된 지역은 그리스 시대에는 ‘팜필리야’ 지역으로 불렸었고, 그 주변과 배후 지역명으로 ‘리디아’, ‘카리아’, ‘리키아’도 역사책에서 주로 등장하는 지역 명이다. 완전히 다른 이름이지만 많이 공부해서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지명, 페르시아 제국의 군대가 육상으로 그리스를 침공할 때 건넜던 경로이기도 했던 ‘헬레스폰토스 해협’은 현재의 터키 ‘다르다넬스 해협’을 말한다.

이제 난이도를 아주 높여보자. 로마 5 현재 중 하나인 하드리아누스의 방문을 기념하여 명명한 ‘하드리아노폴’은 터키의 유럽 끝, 이스탄불 前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던 ‘에디르네’의 과거 지명이다. 이곳은 과거 ‘아드리안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었다. 그럼 ‘스미르나’ 어디일까? 현재 터키 제3의 도시 이즈미르를 말한다. 아타투르크에 밀린 그리스 연합군 세력이 마지막으로 터키 땅을 떠난 곳이 바로 ‘스미르나’다. 그리고 [역사]의 저자 헤로도토스의 고향이며,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마우솔레움(마우솔로스의 영묘)이 있던 ‘할리카르나소스’는 어디일까? 현재 터키인들의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보드룸’이 바로 그곳이다.

이렇게 과거의 지명을 현재의 지명과 연결시킬 수 있으면, 역사책 읽기가 구체적이고, 좀 더 재미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지명을 색인으로 친절하게 알려주는 역사책은 매우 드물다. 다양한 책을 읽고, 스스로 알아가는 방법밖에는 없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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