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2편은 1편을 읽고 난 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시간 순서를 지켜야 한다. 1편의 많은 내용과 사건들이 2편에서 언급되고, 심지어 1편의 오류에 대한 해명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2편의 내용은 1편 이후 10년 후의 이야기이고, 1편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고, 1편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마찬가지로 10년 후 다시 모험을 떠나는 돈키호테와 산초를 대하는 방법과 장난(?)이 그 주된 내용이다.
[돈키호테] 2편의 소설적 위계는 다소 복잡해 보인다. 내용상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 1,2]를 시데 아메네 베넹헬리라는 무어인의 작품이라고 설정하고, 이 아랍어로 된 작품에 대한 번역을 하고 있고, 소실된 부분을 찾는 모습도(1편에서) 소설에서 보여주고 있다. 아랍어 작품의 번역이라는 설정은 1편과 2편에 공통된 것이다. 그리고 2편에서는 [돈키호테] 1편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이 작품을 읽고 감명받은 사람을 2편의 중요 캐릭터로 등장시킨다. 그리고, 1편이 액자 소설 7편을 삽입하여 이야기를 끌어간다면, 2편에서는 1편의 내용을 잘 알고 돈키호테와 산초를 골려 주는 재미를 추구하는 내용 중심으로 구성된다. 즉, 1편을 통해 돈키호테와 산초의 정신상태와 특징을 등장인물들이 모두 알고 있고, 이 소설 속 가공인물을 (소설 속) 현실에서 상대하는 소설이 [돈키호테] 2편이다. 여기에 2편의 후반에서는 1편의 원작자인 ‘시데 아메테 베넹헬리’가 쓰지 않은 ‘위작’ [돈키호테] 2편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다. 단순히 위작에 대한 오류 지적이 아니라, 위작의 등장인물을 통해 그 ‘위작’이 잘못되었음을 소설 속에서 공증받기까지 하고 있다. 당시 세르반테스가 이 위작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아, 세르반테스가 쓰지 않은 이 위작 [돈키호테] 2편이 당시 상당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돈키호테] 2편은 소설(1편) 속 가공인물(돈키호테를 포함한 많은 인물들)이 2편의 현실에 등장하고, 이 1편 속 허구의 인물을 잘 알고, 사건을 만들어가는 또 다른 허구가 있고, 그 이야기의 위작이 (소설 속) 현재에 존재하는, 어떻게 보면 매우 전위적이고 현대적인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다소 흥미를 떨어뜨리는 면은 있지만, 읽는데 그렇게 어려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돈키호테] 2편, 소설에서도 인정하고 있지만(재미있는 설정이다), [돈키호테] 2편에서는 산초 판사의 캐릭터가 바뀌었다. 즉, 산초 판사 캐릭터의 일관성이 떨어진다. 1편에서는 조금 ‘우둔한 사람’ 정도로 그렇게 큰 역할이 없었는데, 2편에서는 속담 구사의 달인, 재치 넘치는 종자의 모습을 보이며, 우둔하다기보다는 매우 똑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돈키호테] 1편이 [춘향전]이라면, [돈키호테] 2편은 [방자전]에 비유할 만하다. 2편은 어떻게 보면 돈키호테보다, 산초가 사건을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사의 단순한 종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고, 사건의 중심에 서는 모습에서 우리는 몇 년 전부터 춘향전 읽기 경향에서 그 주체적인 역할이 강조되어, 이제는 ‘춘향이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버린 ‘방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2편의 초반, 산초의 거짓말(마법에 걸린 둘시네아) 때문에 계속되는 사건의 파생이 이어지고, 공작부인의 총애로 섬의 총독이 되는 이야기는 2편의 중심 사건들이다. 이런 산초 판사의 캐릭터 변화는 2편의 기획 단계에서 세르반테스에게 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사실 [돈키호테] 1편은 7개나 되는 액자 소설이 전체 소설을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상대적으로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험과 광기는 다소 부차적으로 다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편에서 본격적으로 기사와 종자의 모험을 표면에 드러내기 위해서는 주인공 캐릭터의 특성을 좀 더 명확하고 분명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돈키호테는 광기로 여전히 그려질 수 있지만, 산초 판사는 그저 막연한 바보스러움만으로 풀기에는 사건의 전개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고, 기존의 바보스러움에 재치를 더함으로써 [돈키호테] 2편을 대중성을 담보한, 좀 더 재미있는 소설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재기 발랄하고, 절대로 미워할 수 없는 코믹과 재미를 담은 희대의 캐릭터 산초 판사가 [돈키호테]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산초 판사는 우리네 ‘방자’처럼 시대를 이어오며, 재치와 유머, 풍자의 전형으로 수많은 변주를 거치며 스페인 문학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돈키호테] 2편에서 언급하고 싶은 것은 공작 부처의 ‘장난’이다. 2편에서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대부분 모험은 이 공작 부처에 의하여 조작되고 기획된 ‘재미를 위한 장난’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에게 있어 이 장난은 조롱이고, 인간에 대한 모욕으로까지 보일 정도로 부도덕하다. 하지만 [돈키호테]의 배경은 17세기이고, 오늘날과는 다른 신분제 사회임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현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스페인 문학 최고의 소설로 꼽는다면, [돈키호테] 2편 공작부처의 지독한 장난과 조롱을 ‘스페인 식 유머’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재 선입견으로 가지고 있는 유쾌한 민족 스페인 사람들의 유머는 가끔은 매우 비도덕적으로 사람을 조롱하는 못된 장난으로, 유머와 악행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스페인식 유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