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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by YT

오늘은 여행의 사소한 이유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사소한 여행의 이유는 기복(祈福 – 복을 기원한다)이다. 성지순례가 아닌 이상, 계획단계부터 기복이 의도되진 않지만, ‘보는 관광’에서 기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여행의 부가적인 이유가 된다. 대부분 보는 관광은 오래된 성당, 오래된 절, 오래된 모스크, 선지자들의 전설이 깃든 곳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곳에 도착한 무신론자라기보다 엄밀히 다신교 도인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의 현안 해결을 빌고,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정도가 아닐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그곳에 깃든 영험함을 믿고, 그곳의 주인인 오래된 인류의 조상과 신들에게 우리는 드러내 놓고, 혹은 적어도 마음속으로 이기적인 福을 찾는다.

나의 여행이 그랬다. 성 소피아 성당을 갈 때마다 가족의 건강을 빌었고,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선 소망을 종이에 적어 커다란 벽 틈에 끼워 넣기도 했고(그 쪽지는 아직 거기에 있으려나), 순례객들로 붐비는 예수 성묘 교회에선 먼발치에서 소원을 빌었고, 예수를 내렸던 커다란 반석을 손으로 만지며 우리 가족의 건강을 빌었다. 이란의 최고 성지 마샤드에선 이맘 레자의 관에 8 천리얄짜리 지폐를 구겨 넣었고, 상트 빼째르부르그에서는 조그만 토끼상을 향해 동전을 던졌다.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이벤트처럼 나는 곳곳에서 복을 빌었다.

왜 그럴까? 왜 나는 여행 가는 곳마다 나의 바람을 흘리고 다니는 것일까? 그곳의 압도하는 분위기 때문에 터져 나오는 경외감 때문일까? 여행지의 성당, 절, 모스크에서 나의 마음에 파고든 압도적인 분위기는 미적 느낌으로 전달되고, 숭고미가 된다. 하지만 모든 아름다운 성당, 절, 모스크가 숭고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건축물에는 인간을 압도하는 서사가 있어야 숭고미는 완성된다.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주는 숭고미는 아름다운 외관 조각과 더불어 ‘아직도 건축 중’이라는 서사와 ‘천재 가우디’의 서사가 더해지기 때문에 숭고미는 완성되는 것이다. 서사(신화)가 더해지면서 미적 감정은 숭고미로 바뀌게 된다. 이 숭고는 다소 종교적인 특성을 지니게 되는데, 이것이 나로 하여금 소망과 열망을 이곳저곳 흘리게 하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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