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페르시아 제국은 세 번의 그리스 침공에서 완벽한 패배를 맛보았다. 당시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던 위대한 페르시아는 어쩌다 그런 지독한 패배를 당한 것일까? 패배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나로서는 ‘실전 경험’에 무게를 두고 싶다. 그리스는 작은 도시국가들로 구성되어 틈만 나면 그들 간 다툼과 전쟁이 벌어졌다. 이런 다수의 소규모 전투를 통한 실전 경험으로 다져진 그리스 연합군의 전력은 의외로 탄탄했던 것이다. 실전을 통해 그들의 무기를 개량하고, 그들의 전략을 보완하고,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페르시아는 전통적으로 세력의 전투를 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군대의 규모를 이용하여 실제로 싸워 보기도 전에 적의 항복을 이끄는 세력의 전투, 이미지 전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세계 최고 최강으로 알려졌던 페르시아는 실제 전투가 벌어졌을 때, 맥없이 그리스 연합군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대 미국을 칭하는 표현 중, ‘천조국’이라는 말이 있다. 천조 원에 가까운 국방비를 매년 쓰는 나라라는 뜻이다. 하지만, 과거 베트남과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보이는 미국의 모습은 고대 페르시아와 비슷한 세력의 전투, 이미지의 전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의 군사 강국으로써의 이미지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나온다. 전 세계 영화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심지어 그들의 敵國들에게 까지 퍼져있는) 미국 자본이 만들어 내는 영화 콘텐츠는 미국을 점점 ‘위대한 페르시아’로 만들고 있다. 미국에는 어벤저스가 있고, 스파이더 맨이 커가고 있다. 이런 만화 같은 히어로가 아니더라도, 미국에는 오래전부터 람보와 코만도가 있었고, 제임스 본과 리암 니슨이 있고, A특공대가 있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복수에는 집요한 해병대원이 있고, 무시무시한 엄청난 전투력의 퇴역 군인이 있다. 실제 미군의 전투력은 이런 영화 속 이미지들에 의하여 포장된다. 미국의 의도이든 아니든 실제 미군의 전투력에는 이런 영화 속 이미지가 덧칠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미군을 압도적인 천하무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군의 실제 모습은 이와 다를 수 있다. 우리는 그 단초를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이미 찾아볼 수 있었다. 미래의 전투가 아닌 이상, 지상군의 투입이 꼭 필요한 땅따먹기 식 재래식 전투에서는 실제 사건이 벌어져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