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각론- [허버트 퀘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by YT

이 단편은 가상의 작가와 작품론이라는 면에서 [알모타심으로의 접근]과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와 비슷한 계열에 속한다. 단, [알모타심으로의 접근]이 내용적인 면에서 기교와 영향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허버트 퀘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는 소설의 형식과 구성적인 부분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허버트 퀘인(가상 작가)의 소설 속 시간의 배치와 관련하여 도표를 등장시키며, 매우 형식적이고 회화적인 미학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두 페이지, (그는 여기서 보르헤스에 보내던 존경의 10%를 상실한다.) 이곳에서 보르헤스는 허버트 퀘인의 말과 행동을 빌어 독자를 비난하고 있다.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제 멋대로 읽고 이해하는, 심지어 독서에서 자기만의 창작을 감행하는 독자를 비판한다. 대중을 ‘불완전한 작가’이고 ‘허영심에 눈먼 독자’라고 비난한다. 아주 좋게 말해서, 보르헤스가 독자가 아닌 ‘허버트 퀘인’의 폐쇄성을 비판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이 단편의 작가로서, 또 단편 속에 나오는 감정을 살필 때, 적어도 보르헤스는 ‘허버트 퀘인’의 독자 비난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것은 현대를 살고, 자크 데리다의 세례를 받은 그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그에게 TEXT는 탄생의 순간, 아니 탄생 중에도 작가의 손을 떠난다. 그에게 작가의 의도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TEXT를 읽는 독자는 각각이 또 하나의 다른 TEXT를 만들어내는 생산자가 된다. 이때, 작가는 독자와 동등한 레벨을 가지는 한 명일 뿐이다. 허버트 퀘인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에서 프로이트적인 것을 봤다고 했을 때 전혀 불만에 찬 흥분을 보일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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