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모든 것이 거꾸로인 세상은 결국 모든 것이 제대로인 세상과 같다. 예를 들어 모든 것이 뒤집힌 세상의 100미터 달리기 대회에서는 꼴찌가 1등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순위를 결정하는 체계가 그대로인 경우다. 모든 것이 거꾸로인 세상에서는 순위의 결정도 거꾸로여야 한다. 그래서 꼴찌는 꼴찌고, 1등은 1등이 된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거꾸로인 세상은 별반 현재의 세계와 차이가 없는 것이다. 또, 모든 것이 거짓말인 세상은 모든 것이 진실인 세상과 같다. 그래서 ‘극대화된 우연성’은 ‘필연성’의 다른 말이 된다. 그래서 모든 것의 끝은 통하는 것이다.
그는 [바빌로니아의 복권]을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의 변주로 읽었다. 바빌로니아의 이발사들이 시작한 서비스 경품 같은 복권은 바빌로니아 사회 전체에 우연성을 심는 것으로 확대된다. 이 과정에서 복권의 발행과 운행을 관장하는 ‘회사’는 국가나 神의 지위로 떠오르고, 그에게 국가나 신은 섭리 같은 것으로 느껴졌다. 꼼짝없이 복종하고, 경외의 감정으로 우러러보도록 역사 지워진 형이상학, 진리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즉, 특정 체계는 단지 인간이 만든 미로일 뿐이고, (형이상학) 체계의 억압성은 근거 없는 것임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한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의 주제의식과 유사하기 때문에 그는 이 단편을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속편으로 읽은 것이다.
[바빌로니아의 복권]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당연하게도 ‘회사’다. 그는 이 단어를 오래전 히트한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처음 접했다. 이 드라마에서 ‘The Company’는 주인공을 위기에 빠트리는 거대한 존재이며, 미국 사회의 배후에서 신과 같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 단편 속 ‘회사’의 이미지는 미드 속 이미지와 유사하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프리즌 브레이크’의 시나리오 작가는 [바빌로니아의 복권]을 읽었음에 틀림없다. [바빌로니아의 복권]에서의 회사는 강력한 국가 같은 이미지를 넘어서고 있다. 그것은 신의 섭리와 같은 것이다. (소설에서 ‘회사’가 하는 일은 ‘하느님의 작업과 비교될만한 그런 조용한 작업’이라고 묘사된다.) 그래서 하느님과 같은 회사는 필연성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즉 우연성의 삽입으로 단편은 시작되지만, 결국 ‘필연’으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