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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Jan 10. 2022

나자르 본주

다양한 나자르 본주 - 구글 이미지

 터키 여행의 가장 인기 있는 기념품 중 하나로 이제는 많은 우리나라 분들이 이것이 ‘악마의 눈’ 혹은 ‘블루 아이’로도 불리는 ‘나자르 본주’ 임을 안다. 불운과 악마의 침입을 막아준다는 구슬에 담긴 파랑과 하얀색의 동심원은 터키의 하늘을 닮았고, 터키의 바다를 닮았고, 지중해 연안의 터키 집들과도 닮았다.

 터키 주재 초기, 업무가 불안하고 조직이 잘 셋업 되어 있지 않아, 무엇을 벌이기가 두려웠던 시간이 있었다. 특히, 이벤트를 실행할 때마다, 우리에겐 꼭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고, 잘해야 겨우 본전인 상황이 몇 번 계속되었다. 그래서 나는 ‘나자르 본주’문양이 빼곡히 디자인된 팬티를 만들어서,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나도 입었고, 관계자들에게도 나누어주어 입고 나오게 했다. (물론 한국인 관계자들이다. 터키인들에게 나자르 본주 팬티가 어떤 의미일지 알 수 없었고, 그것은 관리자가 강요할 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액운을 막아준다는 나자르 본주 팬티 때문인지 우리의 이벤트는 점점 좋아졌고, 그 이듬해에는 이벤트로 국제적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나자르 본주 팬티는 든든하게 나를 받쳐주는 힘이 되었다.

 사실 ‘나자르 본주’는 유일신교인 이슬람의 전통은 아니다. 이것은 우리의 부적과 같은 것으로 오래전 유목의 조상 시절부터 DNA를 통해 면면히 이어진 샤머니즘의 전통인 듯하다. 왜냐하면 눈이라는 형상의 상징은 인류의 역사에서 ‘보호-모성’을 상징하는 날개의 형상만큼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 형상을 이집트의 수많은 신전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가장 유명한 눈은 미화 1달러 지폐의 피라미드 상단에 박혀있는 번뜩이는 프리메이슨의 지혜의 눈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뒷부분에 눈이 그려진 많은 대형 트럭을 도로에서 볼 수도 있다. 대형트럭의 꽁무니에 달린 눈은 ‘너의 운전을 보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고, 실제로 그 눈의 마주침은 다소 경계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어느 정도 졸음을 쫓는 효과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나자르 본주’는 원래 나자르(상대의 눈을 보는 행위, 응시)와 본주(구슬)의 합성어로 ‘악마’라는 의미를 직접적으로 담고 있지는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악마를 바라보는 눈’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나자르 본주의 눈은 악마의 눈일 수도 있지만, 구슬에 담겨있어서 그것을 소유한 자에게는 해가 없지만, 그가 보호하는 사람의 공간으로 들어오는 모든 작은 액운과 작은 악마를 물리치는 강력한 악마의 눈인 듯하다. 즉, 강력한 악마가 구슬에 봉인되어 있기에 그보다 작은 악마는 나에게 해를 가할 수 없는 것이다. 서양의 전통에서 눈을 응시하는 것은 부정적인 해악의 암시를 격파하고, 그것의 바탕에 있을지 모르는 나쁜 의도에 대항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터키인들은 실제로 이 악마의 눈을 개업하는 주변인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로 생각한다. 또 자신의 집 벽이나 대문 앞,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는 진입로에 아예 나자르 본주를 영구히 심어 두는 경우도 많다. 그 특유의 파란색과 흰색의 문양은 디자인적인 요소로도 매우 훌륭하다. 나자르 본주를 가까이 두는 것은 번영과 번성, 부귀의 커다란 바람이기보다는 작은 악마나 액운이 들지 않기를 바라는 최소한의 소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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