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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Jan 11. 2022

거울에 대한 두 가지 이미지

 [픽션들] 속 첫 단편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는 재미있는 거울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거울과 성교는 사람의 수를 늘리기 때문에 혐오스러운 것’ – 이것은 성교와의 대비를 통해 거울이 갖는 증식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다. 거울은 현실을 두배로 증식한다. 일반적으로 거울은 ‘비추’는 행위를 통해, 나(?)를 맞은편 공간에 세우는 것이다. 이것은 증식일 수 있고, 이동일 수도 있다. 이때 ‘현실의 나’와 ‘거울 속 나’의 관계는 특정 심리를 자극하고, 표현을 추동한다. 그리고 여기서 한발 더 들어가면 거울은 차원을 연결하는 통로, 문이 된다. 우리는 거울 속의 나와 대화할 수 있고, 거울 속 또 다른 세상을 다녀올 수 있다. 그리고 설정의 규칙에 따라 우리는 외계인 혹은 악마를 거울 속 세상에 가두고, 그 통로를 부숴버릴 수도 있다. 이제 거울은 증식을 넘어 차원을 의미하는 것이 되었다. 거울의 방에서 무한 증식된 나는 무한 차원을 이동하는 나이거나 4차원에 존재하는 내가 된다. 

 인테리어 풍수지리에서는 현관에 거울을 두지 말 것을 권장한다. 들어오던 복이 튕겨 나가기 때문이다. 이때 전형적인 거울의 이미지는 ‘반사’다. 이것은 ‘빛의 반사를 통한 형상의 복제’라는 거울의 기본적인 원리에 충실한 이미지로, 우리는 여기에 파생하여 흡혈귀를 태워버리고, 악마는 좇아버리고, 복은 튕겨버리는 것이다. 반사 이미지를 통해 거울은 무기가 되고, 자신을 보호하는 방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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