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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Mar 12. 2022

2. [신학자들] 외 두 편

[알레프]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신학자들], [전사와 여자 포로에 관한 이야기], [타테오 이시도르 크루스(1829년~1874년)의 전기]


 인간 사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종교에서의 정통과 이단, 인간이 이룩한 위대한 문명과 그 대립인 야만, 생명을 걸고 치열하게 다투는 범죄자와 경찰… 이 모두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대비조차 결국은 더 높은/ 더 큰 관점(혹은 신의 입장에서)에서는 구분할 수 없는 것이거나 같은 것이고, 동전의 앞/뒷면이고, 결국은 하나의 자아일 뿐일지 모른다. 

 반대되는 것도 한 발짝 떨어지면 같은 것이 되고, 찰나적인 깨달음의 순간을 포착한다는 면에서 불교의 사상과 매우 유사하다. 이것은 다른 시간이 동시에 만나는 다중 우주의 세상이다. 마치 보르헤스의 논의가 참된 자아를 깨닫는 자각의 순간, 정체성을 확립하는 순간을 불교적으로 묘사한 듯 보이지만, 그것은 불교를 머리에 담고 있는 나의 해석일 뿐이다. 보르헤스에게 진리처럼 여겨지는 참된 자아, 정체성은 없다. 다만 여러 개의 시간이 한 곳에서 만나는 우연한 사건들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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