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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by YT

중간에 잠시 멈추기가 싫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의 방광은 항상 긴장해야 했다.

읽는 동안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이 계속 생각났고, 그 찬사 받았던 소설과 자꾸만 비교하게 되었다. 마르케스의 소설이 남미 전체 역사의 요약이며,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유럽 변경의 역사이며, 전쟁과 사회가 가져다준 왜곡을 표현한 ‘동화적 리얼리즘’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하지만 이것은 잔혹 동화다. 이것은 전쟁 통에 겪게 되는 슬픈 개인 사이며, 가족 사이며, 인간의 슬픈 역사다.

2-3년의 시차를 두고 세편이 따로 쓰인 탓에, 각자 따로따로 읽힐 수 있다고 서평에는 쓰여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따로 읽힐 수 있는 것은 1편뿐 이고, 1편과 2편이 같이 읽힐 수 있고, 1,2,3편이 같이 묶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실제로는 소설 속의 소설인 1편이 매우 중요하고, 전체 구성의 바탕을 이룬다. 1편은 다른 편보다 더욱 동화 적이다. 헨젤과 그래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잔혹 버전을 보는 듯하다. 서평에 나와 있는 철학자 슬라예보 지첵이 언급한 ‘우리의 이상 사회가 여기 있을지 모른다’고 한 것은 1편에서 나오는 감정의 이입이나 공감 없이 善을 베푸는 쌍둥이의 모습에서 언급된 것이다. 그럴 수 있겠다. 그런데 윤리의 태동이 기초적인 감정이입을 전제하는데, 과연 감정이입이 없이 善이 발생할 수 있을까? 다시 윤리다. 몇 달 동안 묵혀둔 칸트의 [윤리형이상학 정초]를 다시 꺼내 들었다.

소설의 등장인물 중 나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는 루카스를 실종으로 이끈 꼽추 꼬마 ‘마티아스’다. 번역의 승리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단호함과 집요함이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마티아스 잘 자라! 하늘에서는 편하게 살자!


번역자 용경식, 탁월한 번역이다. 특히 외국인의 말투를 번역으로 옮기는, 당번 병의 말투는 번역의 공일 가능성이 매우 크고, 앞서 정감 가는 캐릭터로 완성된 6세 이하 마티아스의 성인과 아이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말투는 진정 번역의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그리고 군데군데 나오는 우리말 식의 표현은, 외국 소설을 읽는 다기보다는 우리 소설을 읽고 있다는 느낌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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