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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Apr 10. 2022

[방문객] 콘라드 죄르지

보르헤스의 소설 혹은 카프카의 [성]에서 언급되었을 것이다. 지루하게 늘어진 독서를 접고, 처음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을 때를 떠올렸고, 어떤 맥락에서 이 소설이 언급되었는지 알아내려고, [픽션들] / [알레프] / [성]의 각주를 중심으로 뒤졌으나 결국 실패했다. 보르헤스의 넓은 독서일 수 있고 유대인이라는 공통점과 소설의 전반적인 배경이 비슷하여 유사한 감정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성]에서 언급되었을 수 있다. 이렇게 개인의 독서 경험에서 책은 책으로 이어진다.

[방문객]은 콘라드 죄르지의 아동 복지 감독관으로 보낸 7년의 실제 경험이 근간이 되었다. 그가 묘사하는 부다페스트의 하층 서민의 삶은 참혹하다. 영웅과 빌런의 이야기가 빠진 고담시티의 버려진 지하공간이 이런 모습일 것 같고, 묘사에서는 온갖 색과 냄새로 얼룩진 지린내가 묻어난다. 소설이 어느 정도 사실과 그것에서 느끼는 화자 T의 정서에 기반하고 있다면 콘라드 죄르지의 7년은 지옥이었을 것 같다.. 소설에서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관찰과 통찰, 도피 그리고 체념을 담고 있다. [방문객]은 암울한 분위기와 지리멸렬한 등장인물의 삶과 그것에서 느끼는 생각과 정서의 묘사에 집중한다. 콘라드 죄르지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유사한 이미지와 상황에 대한 지루한 묘사를 소설 전체에서 반복한다. 그래서 [방문객]을 읽고 나면 아프다. 마치 똥물을 뒤집어쓴 것 같고, 꼼짝할 수 없는 하수구에 빠진 듯 기분 나쁜 느낌으로 젖어 버린다. 그는 계속 거기에 있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보통 묘사는 방향성을 가지는 주제의식의 재료가 되지만 그는 지독한 묘사에만 머문다. [방문객]은 사회에 대한 고발로 나아가지 않고, 상황이 만든 이상적인 행동(심리)을 통해 환상으로도 나아가지 않는다. 묘사가 주인공이다. 암울한 묘사는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변주된다. 그래서 [방문객]은 다양한 어두운 색으로 그려진 회화 같은 느낌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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