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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May 12. 2022

Back to the Basic

‘Back to the Basic’을 우리말 관용구에서 찾는다면 ‘초심으로 돌아가자’ 혹은 ‘기본에 충실하자’ 정도일 것이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는 “나 돌아 갈래”를 외쳤다. 사장님들은 회사에 어려움이 생기면 ‘기본에 충실하자!’고 훈시한다. 우리들 역시 상황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마음먹는다 이 관용구들은 본질의 문제와 과거에 대한 평가를 낳는다.

아무리 어려운 난제라도 추리고 추리면 그 근원에 단순한 핵이 있다. 그것은 진리이고 본질이다. 논리의 정제 과정은 데카르트의 방법론과 닮았다. 이렇게 ‘진리는 단순한 것’이라는 환상이 만들어진다. 논리의 정제는 욕망의 확대 과정인데, 혼돈의 껍질이 한 꺼풀 벗겨질 때마다. 우리는 어떤 쾌감과 환상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 단순한 보석을 만나는 순간, 우리는 그 반짝이는 본질/진리를 신의 징표라고 느낀다. 

또, 이 관용구들은 과거와 관계한다. 본질과 진리는 우리가 이미 지나온 과거에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타락한 것이고 과거를 다시 돌아보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진리가 보이거나, 우리가 흘린 본질을 주울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황이 복잡하고 답답해질 때면 과거 속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하는 것이다. 구약의 예언자와 사도 시대를 바람직한 삶의 전형으로 삼았던 종교개혁이나, 그리스/로마를 새로운 표본으로 삼으려 했던 르네상스 맨들의 방식이 그러하다. 이렇게 과거는 현재에 다시 소환되며, 미래를 위해 한번 더 봉사한다. 학문적으로 과거에서 진리와 본질을 찾는 것은 역사에 대한 재평가와 재발견이다. 우리가 알던 역사는 누군가의 평가에 의해 기존의 인식이 뒤집어 지거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특정 부분이 부각되기도 한다. 이렇게 역사는 이용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주 학자의 욕망이 객관이라는 이름으로 끼어들어 이데올로기로 생산되기도 한다.

‘진리와 본질은 단순한 것이고, 우리의 과거 속에 이미 있었다’는 생각은 오늘날 금과옥조가 되어 모든 분야에 두루 적용되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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