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T Dec 06. 2022

Cafe Hafa

낭만에 대한 의무감

2003년의 Cafe Hafa
2022년의 Cafe Hafa

일명 ‘Moroccan Tea’로 불리는 ‘민트 티’는 모로코를 대표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료다. 그리고 위 사진 속 CAFÉ HAFA는 탕제(모로코 북부 도시)에서, 아니 모로코 전체에서도 유명한 카페다. 이 카페의 명성이 높은 것은 진한 민트 향과 달콤한 맛뿐 아니라, 절벽에 위치한 덕에 빼어난 전망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CAFÉ HAFA 너머는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 땅이 보인다. 대서양과 지중해의 경계에서 바다 저 멀리 스페인을 바라보며 마시는 민트 티는 환상적이다. 2022년의 사진에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은 이런 환상적인 풍경과 맛을 찾아온 사람들일 것이다. 

19년 만에 다시 찾은 CAFÉ HAFA는 많이 변했다. 녹색의 더러운 철제 테이블은 모로코 전통 타일의 화려한 테이블로 바뀌었고, 민트 가지들이 언덕처럼 쌓여있던 안마당은 코발트 빛과 흰색의 전망대로 채워졌다. 차를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나뭇잎을 따 뜨거운 물을 부어주던 낭만은 선금을 주면 이미 만들어진 민트 티를 건네주는 깍쟁이 스타일로 바뀌었다. 그리고 테이블이 있는 절벽 아래로 차들이 다니는 2차선의 도로와 걸어 다닐 수 있는 해안 산책로가 생겼다.

나는 이곳에 왜 다시 갔을까? 그동안의 당연한 변화를 보고 싶은 호기심일 수 있고, 기왕 온 김에 당연히 다시 봐야 한다는 의무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혼자 이곳을 방문했고, 차 한잔 마시는 정도의 시간만 머물렀기에 사람과 카페와 관계한 추억은 없다. 후회스럽게도 나의 여행은 늘 이런 식이다. 아마도 머리가 만들어 낸 낭만에 대한 의무감이 나를 카페 하파로 인도한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이 나라는 젊은 인구 비중이 높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