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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Dec 13. 2022

‘카사블랑카’ 그리고 ‘카스바의 여인’

 모로코의 상업도시 ‘카사블랑카’는 한국인에겐 약간의 환상이 있다. 여행이 자유로워진 이후에도 카사블랑카는 지리적으로 너무나 멀리,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쪽 끝에 위치하므로 아마도 다른 유럽의 도시나 동남아 등보다 훨씬 적은 수의 한국 관광객이 있을 것이다. 즉,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미지에 덧붙여진 환상이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스페인어로 ‘하얀 집’이라는 의미는 흰색과 푸른색으로 칠해진 산토리니 정도의 느낌을 품게 하고 우리로 하여금 깨끗한 엽서 같은 풍경의 낭만을 공상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이 도시에 환상의 옷을 입힌 것은 도시 자체보다는 험프리 보가트, 잉글리드 버그만 주연의 영화 [카사블랑카]다. 과거 연인의 재회와 이별이라는 낭만적인 소재의 오래된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되었는지, 또 어느 정도의 흥행이 당시에 있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1943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우리에게는 ‘주말의 명화’에서 무수히 반복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여기에 버티 히긴스가 동명의 노래를 불렀고, 가수 최헌 역시 이 곡을 변형 번안하여 히트했다. (정확하게 버티 히긴스와 최헌의 노래는 카사블랑카라는 도시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영화 ‘카사블랑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영화 속 험프리 보가트의 츤데레 사랑꾼 같은 모습과 카메라 필터를 사용하여 극도로 뽀얀 잉글리드 버그만의 아름다움과, 최헌의 허스키한 보이스에서 묻어나는 특별한 음색은 모로코의 번잡한 상업도시 ‘카사블랑카’에 환상을 덧칠했다. 

 이렇게 우리나라 가요와 관계한 또 다른 영화가 하나 있다. 프랑스의 유명 배우 JEAN GABIN(장 가방) 주연의 ‘망향’. 원제는 PEPE LE MOKO로 1937년 작이다. 이 영화는 북부 아프리카의 전통 가옥인 ‘카스바’를 소재로 하지만, 모로코는 아니고 알제리를 배경으로 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미로 같은 카스바에 숨어든 페페의 사랑과 죽음을 그린 영화로 북부 아프리카의 특이한 미로 구조의 구시가지, 메디나를 영화에서는 하나의 거대한 카스바로 확장하여 설명하고 있다. 카스바는 모로코, 알제리, 모리타니아 등 북서부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가옥으로 내부가 미로처럼 얽혀있어 영화 속 페페처럼 범죄자들이 한번 숨어들면 도저히 잡을 수 없는 곳이 된다. 우리에게는 함중아의 ‘카스바의 여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이호섭 작곡, 장경수 작사, 윤희상의 노래다. 작사가는 제목의 카스바가 영화 ‘망향’에 등장하는 바로 그 카스바라고 말한다. 하지만 가요가 여주인공을 무희로 다루고 있다면, 영화 속에서는 약혼자와 알제리에 여행 온 프랑스 여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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