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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Feb 10. 2023

모로코 현대 미술사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에는 ‘무함마드 6세 갤러리’가 있다. 그리 크지 않은 하얀색 건물로 이곳에는 상설 전시로 모로코 주요 화가들의 작품이 매우 친절하게도 시간의 흐름대로 전시되어 있다. 모로코 현대미술의 시작을 1956년 독립을 전후한 시기로 판단하고, 이후 시간 순서대로 모로코 미술사에 대한 요약 설명을 담은 커다란 설명판을 구분이 되는 지점에 걸어두고 있다. 나는 이 설명판들에 주목한다. 아래는 그것의 헤드라인을 발췌한 것이다.


THE Beginnings of the Moroccan artistic modernity or rupture in the field of traditional aesthetics(1950s) – The pioneers of modernity conscious of its artistic undertaking and the stakes of cultural identity(1960s-70s) – The quest for individuality and the claim of singularity(1980s-1990s) – The new artistic attitudes in the era of immigration and globalization(2000s)

서구의 양식이 도입되며 전통 미의식에 대한 균일이 생기기 시작 – 문화적인 정체성 위에 현대성을 고민하던 시대 – 개인성과 특이성에 대한 탐구 – 세계적인 흐름에 부합하려는 노력들


종교적 영향으로 순수미술(서양의 형태)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 마조렐 같은 서양 화가들의 영향이 있고, 이것은 (아라베스크로 대표되는 기하학적 패턴 중심의) 전통적인 미 감각에 균열을 가져오고, 그 이후 서양의 현대적인 것이 점점 더 모로코적인 미감에 포섭된다. 그러다 이런 사회와 국가 차원의 흐름에 좀 더 개인적인 것들이 녹아들지만, 결국 서양 미술의 커다란 흐름에 포섭된다는 스토리가 될 수 있겠다. 마침내 모로코의 현대미술은 세계 현대미술에 편입된다. 독립 이후 진행되었던 전통과의 이별 과정은 과도기로 치부되고 커다란 강에 도달하는 지류로(방편으로) 간주될 것이다. 이제 모로코의 현대미술은 세계미술이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논의될 것이다. 이것은 동양에서의 전형적인 서양미술 발전과 일치한다. 

그다음은 무엇일까? 내 생각엔 이우환이다. 우리가 서양미술에 먹의 농담을 차용했듯, 모로코는 서양미술에 그들의 아라베스크를 등장시킬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거 지류에서 실험했던 전통과 서양의 조화라는 주제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이런 흐름은 retro로 불릴 것이다. 레트로는 잊힌 전통의 부활로, 여기서 전통은 현대성의 본류 위에 포섭될 뿐이다. 이렇게 마냥 달릴 것만 같던 파도는 다시 고꾸라져 뒤로 돌아간다. 그리고 새로운 파도를 만든다. 그러면서 그 강의 본류는 지류까지 완전히 덮어버림으로써 더욱 커다란, 튼튼한 강을 이룬다. 이것이 현대미술의 발전 방향이다. 현대미술은 지류 속에 녹아 있는 수많은 미네랄을 먹고 산다. 그리고 거대한 덩치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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