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T Apr 04. 2023

시간

 다시 시간이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한다. 난 이 물리학적인 학설을 체감할 수는 없지만, 이곳 모로코에서 다시 한번 시간의 말랑함을 경험한다.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간은 우리에게 절대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진시황의 권위와 처절한 노력도 시간을 돌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모로코는 시간을 돌렸다. 라마단이 가까워오자 모로코 정부는 1시간을 뒤로 돌렸다. 처음엔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는 서머타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모로코는 단지 라마단 기간 동안만 시간을 1시간 뒤로 돌린다. 이러면 잠을 1시간 더 자게 되고, 왠지 이프타르(금식 종료 후 식사)도 빨리 돌아오는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삼모사이고, 종교적인 관점에서는 편의주의적인 방편으로도 보이지만, 낮 동안 금식을 하는 무슬림들을 위한 조그만 배려로 생각된다.

 반복 구간을 발견하여 1년이라 명명하고, 그것을 12개로 나누고, 기억해야 할 곳곳에 당구장 마크를 달아 절기를 표현했다. 세계가 한 덩어리가 되면서 타임 존을 설정한 것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 시간에 선을 그어 나눴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시간에 ‘금을 긋는 행위’가 아니라, 시간 자체를 통제하려 한다. 그것의 예가 서머타임이고, 라마단 시간 변경이다. 타임머신은 시간 통제에 대한 인간 염원의 연장선 위에 있다.

작가의 이전글 아니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