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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Jul 10. 2023

[검찰관] 니콜라이 고골 2.

트로츠키,  연극 [검찰관]을 관람하다.

“음! 모두 멋지게 두들겨 맞았어. 그러나 누구보다도 호되게 얻어맞은 것은 황제인 나야”’라고 연극을 본 니콜라이 1세는 중얼거렸다고 한다.


고골을 비판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역시 니콜라이 황제는 순진한 사람이야! 그리고 위대한 우리 문학의 역사에서 고골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어. 나는 좋아하지 않지만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문학이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고 했고, 체호프의 익살과 유머에서는 고골의 직접적인 영향이 느껴져.

옛날에는 [검찰관]에 등장하는 시장과 관료 같은 이들이 많았지. 항상 위만 올려다보는 인간들, ‘흘레스타코프’는 이들을 멋지게 조롱했어. 극 후반에는 좀 더 사기꾼의 면모가 강하지만, 적어도 초반에는 범죄자로 느껴지지 않아. 사실 그는 그의 상황에서 약간은 얼버무렸지만 시장과의 대화에서는 진실을 말했지. (얼버무림 자체가 정치적일 수 있지만) 그는 최소한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어. 그의 말이 이미 ‘그는 검찰관이다’는 오해를 머릿속에 넣고 있는 사람들에 의하여 계속 부풀려 해석되었을 뿐이야. 이 말은 이렇게, 저 말은 저렇게, 계속해서 장 집단의 인식 속에서 스스로 재생산되었을 뿐이야. 각각의 등장인물이 ‘흘레스타코프’에게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릴 때 얼마나 우습고 통쾌하던지…, 잘못하면 서기장 옆에서 크게 웃을 뻔했어. 흘레스타코프는 지독히 나쁜 캐릭터이지만, 나의 눈에는 어쩌면 진정한 악당들을 통쾌하게 골려주는 영웅의 모습이 보이기도 해.  나 역시 흘레스타코프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지. 서기장과 내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약간 미열이 있어서 히터를 끄고 창문을 조금 열어 두었지. 그때 서기장은 내 집이 많이 추웠나 봐. 그러면서 내게 춥지 않냐고 물어봤었지 그래서 나는 약간 농담을 섞어 ‘이보다 더 추운 곳에서 우리의 동지들이 고생하고 있지요’라고 대답했지. 나중에 서기장에게 들은 내용이지만 서기장은 그때 나를 아주 믿을 만한 사람으로 봤다는 거야. 사실 나는 미열 때문에 히터를 끄고, 환기를 위해 창을 열어 두었는데 말이야. 흔한 일상 대화조차 오해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고골은 그런 일상의 오해를 극대화시키는 작업을 [감찰관]을 통해 보여준 거야. 마치 무언가에 씐 것처럼 오해는 오해를 부르며 집단 속에서 자가 증식되는 모습으로.

하지만 이 연극 때문에, 그리고 황제의 조용한 내적비판에도 불고하고 고골은 로마로 도망갔었어야만 했지. 사실 황제의 주변에서 귀족들과 관리들이 고골을 벌해야 한다고 더 많이 난리 쳤을 거야. 고골이 그들 각각의 내적 욕망을 까 뒤집어 소금을 뿌렸으니까. 이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만약 황제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이 연극을 이용했을 것 같아. 수도뿐 아니라 각 지방을 돌며 순회공연을 하게 했을 거야. 사람들이 더 많이 볼수록 뾰족함은 좀 더 뭉툭해질 수 있거든. [검찰관]은 니콜라이 1세 때라면 분명 폭발력이 있었을 거야. 그렇다고 고골 한 사람을 내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오히려 황제가 고골을 무서워한다는 이상한 소리만 듣게 될 뿐이다. 이럴 때는 오픈해 버리는 게 좋아. 황제의 관대함을 보여주는 거지. 그러면 뾰족한 의도는 희석되어 곧 뭉개져 버릴 거야. 만약 하나 더 장치를 쓴다면 뒷부분을 변형할 수 있을 것 같아. 진짜 ‘감찰관’이 실제로 등장하고, 그가 정당하고 당당하게 바보 같은 시장과 관료 그리고 흘레스타코프를 벌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거지. 그러면 사람들은 통쾌함을 느끼고, 실제 ‘감찰관’에서 황제의 모습을 보게 될 거야. 니콜라이 황제는 연극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순수함을 보였지만, 이것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에 대한 정치적인 관점이 없었던 거야. 모든 예술은 나를 위해 봉사할 기회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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