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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Nov 13. 2023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5.

빌런

어디에나 못돼 먹은 빌런은 있기 마련이다. 차라투스트라 최고의 적은 ‘중력의 영’이다. 자연과학 용어에서 이름을 빌려온 ‘중력의 영’은 의지의 방향을 내부로 돌려 자해의 가시를 선사하고, 발효된 반죽의 숨을 죽여 썩고 냄새나게 만들며, 날아오르는 의지의 뒷다리를 잡아 아래로 당긴다. ‘중력의 영’이 휘두르는 무기는 질투심, 안일함, 동정과 같은 것인데, 이 중에서 동정은 신마저 죽일 정도로 강력하다. 또 중력의 영에게는 우스꽝스러운 졸개들이 있는데 두더지와 난쟁이다. 이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쌍둥이,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같은 코믹한 느낌도 준다. 그 외에 이 강력한 영의 비유로 달, 고양이, 구름, 거미가 언급되는데, 달과 고양이는 소리 없이 슬그머니 나의 영혼을 엄습하고 파괴하는 이미지이고, 구름은 차라투스트라의 에너지 원천이며 강력한 의지인 태양을 슬그머니 흐리고 가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미인 타란툴라는 평등주의자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에서 평등주의자의 비유로 등장한다. 그 외에도 니체의 비유를 통해 중력의 영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소인배, 착하고 의로운 자, 말종 인간은 ‘중력의 영’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이다. 궁극적으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런 중력의 영에 대한 승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어쩌면 중력의 영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유일신’의 다른 이름이다. 인간은 심연의 고독에서 힘의 의지를 느끼고 바람처럼 광포하게, 태양처럼 전면적으로 자신을 극복해 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빌런에 맞선 차라투스트라의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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