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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Nov 14. 2023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6.

신은 죽었다.

낡은 신들은 너무 웃어 대다가 죽고 말았다. 그것은 가장 극단적으로 신을 부정하는 말, 즉 ”신은 하나뿐이다!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라는 말이 어떤 신의 입으로부터 나왔을 때 생긴 일이다. 분노의 수염을 단 늙은 신, 질투의 신이 이처럼 자기 분수를 잊은 것이다. 그러자 모든 신들이 웃었고 그들의 의자에 앉아 몸을 흔들어대며 소리쳤다. “신들은 존재하지만 유일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신성함 아닌가?” 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324페이지, 배신자들에 대하여)


교회의 십자가 아래 넙죽 엎드려 흐느끼는 인간, 주변을 탓하고 고통과 비탄에 빠진 인간은 마치 아이가 엄마 젖을 찾아 파고들 듯 신의 품으로 파고든다. 니체는 인간 사고와 행위에 대한 심리적/계보적 추적을 통해, 신에 대한 인간의 애착과 믿음이 너무나 터무니없이 불합리하고, 종교적이거나 혹은, 합리적인 인간의 체계조차 너무나 대충 세워졌다고 느꼈다. 이는 밑동부터 썩어가는 인간 세상에 대해 니체가 느끼는 위기의식이고, 당대에 대한 판단이었다. 니체는 인간들의 허술한 계에 대해 마치 ‘대충 치고 쫑 본다’는 당구장의 속설과, ‘꿈보다 해몽이 낫다’처럼 어떤 근거도 가지지 못하는 작위적인 것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인간의 세상은 섞어가는 늪지대에 난립한 판자촌으로 대충 세워졌고, 그 속에서 뒹굴고 히죽거리며 ‘세상은 원래 이런 곳이야’라는 비겁한 해석에 의존하는 인간의 저속함과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무서운 관성이 존재할 뿐이다. 이런 인간 의식의 관행에 대한 비판이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으로 나타난 것이다. 니체 철학 속에서 ‘신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신이 죽은 묘지 위에 초인을 세웠다. 신의 죽음은 인간을 살리기 위한 그의 커다란 기획이었고, 니체의 악의 속에는 지독한 선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신은 ‘인간의 타고 남은 재와 열기로부터 온 것’ 일뿐, 절대적인 피안에서 온 것은 아니다. 그의 ‘신은 죽었다’는 선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 개념에 의지하여 인간은 대충 세상이 이랬으면 하고 소망한다. 모든 사람이 신에게 기도한다. 하지만 이것은 난폭한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와 무릎 꿇는 행위이고, 비겁한 행위이며, 불완전에 대한 경배인 것이다. 니체는 대충 행위하고 이것을 더 나은 의미로 해석하고 재단하는 의식과 가치 판단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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