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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Nov 15. 2023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0.

니체로 들어가기가 무섭다. 얼마간 그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댈 생각을 하니 미리 공포스럽고, 미리 열이 오른다. 그래서 쉽게 들어가지 못하고 물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게임을 하고, 무료한 인터넷 서핑을 하며 시간을 지연한다. 하지만 그럴 때조차 10분 간격으로 머릿속에서 울리는 차라투스트라의 알람이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책을 읽는 것은 책과 병행하여 정리와 이해가 문자 위를 같이 흘러가는 것이다. 책의 내용과 이해가 평행을 이루고, 속도의 보조를 맞추며 같이 흘러간다. 그러다 어떤 불일치 점이 생기면 독서는 혼란에 빠져든다. 더 이상 나의 이해는 책과 평행을 이루지 못하고 울렁이기 시작한다. 이런 울렁임이 읽는 이로 하여금 멀미를 일으키고, 한참 동안 책을 내려놓게 만든다. 어쩌면 이런 멀미 때문에 나는 그토록 책으로 들어가기를 망설였을 것이다. 이건 책의 어려움 때문 만은 아니다.

나는 영화 킬빌 2의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교차로 편집되는 인트로의 격투 신을 감히 보지 못한다. 피 튀기는 장면이 주는 격함과 상상의 피가 영화관의 눅눅한 습기와 만들어내는 비린내가 오래전 관람 당시의 구토를 소환하기 때문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앞에 둔 나는 그전에 읽었던 [도덕 계보학], [선악의 저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비린내가 주는 울렁임을 소환한 것 같다. 그래서 이토록 그에게 들어가기를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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