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섞인 이념들 – 가문, 종교, 사상 – 이 끌어들인 광기. 이념은 광기를 낳고, 광기는 마음에 숨어 트라우마가 된다. 이런 의미에서 이스마일 카다레는 한강과 연결된다. 이념의 대결 속에서 살아간 카다레에게 이념(신념)은 순간을 덮치는 광기가 되었고, 그러한 광기가 눈을 맞아 마음에 침잠하며 한강의 트라우마를 만들었다. 동유럽의 알바니아와 한국은 이렇게 닮았다.
우리의 삶은 다양한 색으로 덧칠된 유화와 같다. 스스로 만든 얼룩은 트라우마로 펼쳐지고, 다른 트라우마가 그 위에 또 덧칠된다. 이런 덧칠이 광기의 풍토를 만든다. 우리는 이렇게 더럽혀진 옷을 입고 산다. 순수는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폭력으로 비난받을 것이고, 순수의 추억 역시 트라우마로 쌓일 뿐이다. 순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