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거울

by YT

주변의 것들 중 거울만큼 다양한 상징과 결합되는 사물은 없을 것이다. 자신을 직시할 수 없는 인간 신체의 구조에서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비추는 거울은 ‘자아’ 개념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타자의 위치에 선 자아이지만, 인간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실체로 상상했다. 이 특별한 경험은 수많은 예술에서 거울에 대한 다양한 상징을 도입했다.

[백설공주]에서 거울은 왕비의 또 다른 악마적 자아를 매개한다. ‘자신을 비춘다’는 사실은 단순한 실체를 넘어 자신의 무의식적 자아(또 다른 자아)를 드러내는 통로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종종 자아의 분열로 확대되어 거울은 많은 공포영화에서 중요한 매개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 각종 현대적인 환상물에서는 거울은 차원의 통로로도 활용되는데, 거울을 통해 주인공은 현재의 시공간을 초월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에이전트원이 소환하는 ‘거울다이멘션’은 거울의 또 다른 상징인 ‘복제’를 차용한다. 이런 과도한 복제는 찰리 채플린과 이소룡의 영화에 사용되어 공포의 이미지를 불러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복제의 공포와 연결된 상징은 이란의 이맘자데 살레 모스크(일명 거울 모스크)에 오면 알라의 현시를 드러내는 상징, 즉 성스러움과 연결된다. 아주 작은 거울 조각 모자이크로 천정과 벽이 빼곡히 장식된 모스크는 조그만 빛에도 반짝임을 만들어 마치 영적인 공간에 들어선 것 같은 환상을 일으킨다. 이것은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의 페르시아식 차용으로 보인다.

그리고 내게 거울에 대한 사유를 촉발했던 리움미술관의 <이불; 1998년 이후>에서는 기존의 거울에 대한 다양한 상징과 의미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거울을 통해 신화와 신적 감상을 도모하고(비아 네가티바), 거울의 맞은편에 거울을 배치함으로써 평면의 깊이감을 만들기도 한다. 그중 토마소 캄파넬라의 동명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얘기하는 [태양의 도시 2]는 거울의 배치를 벽과 바닥으로 확대하고 여기에 조명을 더함으로써 캄파넬라의 유토피아와 현실세계의 아른거리는, 울렁이는 경계를 미감으로 포착하고 있다. 수많은 상징을 이미 보유한 거울이지만, 다른 제재를 끌어들이며 더욱 깊은 상징의 세상을 창조하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단명소녀 투쟁기] 현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