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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이성비판]을 읽고

by YT

[실천이성비판]은 그 전작인 [순수이성비판]의 연결선에서, 순수 이성과 실천이성의 대조/ 비교를 통해 각각의 역할과 한계 및 그 둘의 관계에 대해 초점을 맞춘 책이다. 칸트 윤리론의 본체는 [실천이성비판]을 쓰기 직전, 칸트 자신도 어느 정도 윤리의 실체에 대해 규정하고 들어가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서 [윤리형이상학 정초]를 통해 윤리론을 전개하였다. [실천이성비판]의 맺음말에 나오는 ‘나에게 경외감을 들게 하는 것은 하늘에서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과 내 마음속의 도덕 법칙이다’라는 구절은 앞부분은 순수 이성 비판의 대상이고, 뒷부분은 실천이성 비판의 대상이다. 그리고 [실천이성비판]의 후반으로 오면서, 다음에 나오는 [판단력 비판]의 핵심 개념들이 – 판단력, 숭고 등 - 선을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칸트의 3대 저작 중 하나로써, 즉 전작과 후작을 포괄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브리지 역할로서 [실천이성 비판]의 의미가 있다.

순수 이성에서 찾아진 선험적인 범주 개념을 실천이성에 적용하려 애썼고, 그것의 결과로 도덕 법칙을 상정할 수 있었고, 이 도덕 법칙의 ‘의무로써의 존경’이 나중에 [판단력 비판]에서는 숭고미로써 표출되는 것이다. 칸트의 3대 비판 저작은 잘 짜인 톱니바퀴 같은 구조를 보여준다. 자신의 윤리학과는 별개로, 이성의 연결성과 확장을 규명하기 위하여, 칸트는 이 비판 3대 저작을 작성한 것이다.

칸트는 존재자의 의지와 관계하는 이성을 실천이성으로 규정하지만, 사실 한 존재자의 내부에 있는 것이므로 순수 이성과 실천 이성은 구분될 수 없다. 그리고 의지는 우리가 보기에 대상이 있는 듯하지만 – 즉 의지를 행사하는 대상 – 순수 이성 비판에서 이미 물 자체의 파악 불가능성을 노정했기 때문에, 의지의 객관이라 추정되는 것은 현상일 뿐이고, 이것은 본질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의지의 객관은 의지를 만들어내는 실천이성, 즉 우리의 내적인 규정에서 찾아내야 하는 데, 그것이 바로 자유이다.

자유의지는 실천이성 행사의 바탕을 이루는 것인데, 이 자유의지는 위대한 ‘도덕 법칙’에 따른다는 것이다. 이 따르는 방식은 타율이 아니라 자율이며, (따르지 않아도 되는) 선택의 여지도 없는 ‘의무’로써 규정된다. 즉 사람들은 도덕 이성에 대한 존경과 경외로 인해 도덕 법칙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도덕 법칙의 따름을 칸트는 ‘인간의 본성’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즉 후회의 감정이 생길 때 나타나는 실제적인 사례에서 이 도덕 법칙의 존재와 이행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내가 공감할 수 없는, 어쩌면 파악할 수 없었던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러면서 추가적으로 영혼 불사성, 신에 대한 논증을 진행하면서, 도덕 법칙의 필요조건들을 보완한다.


'[실천이성비판]을 읽고'는 약 7-8년 전에 쓴 글로 다소 오늘의 생각과는 다르고,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죄송하지만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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