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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마녀 Nov 29. 2021

돌고 도는 행복


나에게 아주 친한 동네 친구 둘이 있다. 우린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학부모로 인연을 맺어, 벌써 7년째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만나고 있다. 우리의 아지트는 동네 카페 ‘아다모’다.

요즘 핫한 카페들처럼 인테리어가 세련되지도, 커피맛이 특별하다고 할 수 없지만 우리 그곳이 그냥 편안했다. 카페 사장님도 우리를 항상 환하고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우리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여느 때처럼 우린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날따라 나의 시선은 창가에 있는 식물에게로 향했다. 카페에 있는 유일한 화분이었는데. 싱싱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잎 전체가 누렇게 변해버려서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은 아몬드 페페였다. 어디에 가던지 식물에게로 먼저 눈길이 가는 나였다. 그 식물이 왠지 나에게 구해달라고 사정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장님, 제가 이 화분을 가져가서 다시 심어 드릴게요.”

‘아이, 괜찮은데..... 고마워요. “


사장님은 미안해하시면서도 식물이 어떤 얼굴로 돌아올지 기대하는 눈치였다.

집에 돌아와서 묶은 흙을 싹 버리고 화분을 깨끗하게 씻었다.

영양분이 가득한 기름진 흙으로 채우고 식물들을 보기 좋게 새로 심었다. 다행히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라 뿌리는 살아있어서 다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도 전과는 다른 멋진 모습이었다. (재투성이 신데렐라가 드레스를 입은 모습쯤이라면 너무 오버일까?)


식물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준 나 스스로가 대견해 절로 웃음이 나왔다.

스킨답서스와 아이비 가지를 조금 잘라 투명한 물병에 담아 사장님께 화분과 함께 드렸다.


“어머나, 어쩜 아까 그 화분이 이렇게 이뻐졌어요? 또 이 식물들은 뭐예요?”

“별 거 아니에요. 집에 있는 식물들 잘라서 꽂아봤어요.”

“와! 금손이시네요. 정성껏 키운 식물을 받았는데 제가 드릴게 이거밖에 없어서......”


하시며 막 내린 향긋하고 따끈한 아메리카노를 건네주셨다.

이렇게 아다모와 나의 인연은 식물을 통해서 더욱 돈독해졌다.



이후 사장님이 식물에 관심을 기울인 덕분에 지금은 카페 입구에서부터 식물들이 늘어서 있다. 점점 늘어난 식물들로 카페가 푸릇푸릇 더 생기 있어졌다. 요즘도 나는 카페를 둘러보고 힘없는 식물들을 데려간다. 그러곤 식물 의사처럼 아픈 곳을 쓰다듬고 영양분을 보충해 다시 가져다 드린다.



어느 날 사장님께서

“우리 카페 정원사예요. 손님들도 식물들이 이쁘다며 좋아해요. 정말 고마워요. 커피밖에 드릴 게 없어서 미안하네요.”


하시며 또 정성스레 만드신 커피를 건네주셨다.

그 감사한 커피를 받아 들고 나는 또 싱싱한 식물로 화답했다.

우리의 고마움과 미안함은 계속 돌고 돌아서 다시 찾아온다. 또 돌고 돌고.



그날 밤, 잠들기 전에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정원사? 내가 정원사라고?‘

그 말이 왜 이리 기분 좋게 들리지?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니,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나의 손끝으로 사랑을 전하고 그 사랑이 돌고 돌아 또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그 행복은 결국 또 나를 향해 돌아온다.



나는 아다모의 행복한 정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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