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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마녀 Nov 30. 2021

차가운 듯 따뜻한 올리브 나무

내 딸을 닮은 올리브 나무

몇 해 전에 우리 동네에 작은 꽃집이 생겼다.

평소에 식물을 좋아하는 나는 꽃집 앞을 지날 때마다 가게 안팎에 있는 식물들을 구경하거나, 꽃집 주인과 식물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물론 마음에 쏙 드는 식물을 사는 일도 많았다.


그날도 꽃집 앞을 지나다가 식물들을 구경을 하는 중이었다. 유독 내 눈길을 사로잡는 식물이 있었다. 은갈색의 튼튼한 가지가 곧게 뻗어 있었고, 그 가지에 마주 보며 달려있는 뾰족한 진 청록색의 잎들. 가지와 잎들은 날카로운 듯하면서도 부드럽고, 차가운 듯하면서도 따뜻해 보였다.

나에게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 이 식물이 너무도 궁금해졌다.


“이 식물 이름은 뭐예요?”

“올리브 나무예요.”


꽃집 주인의 대답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른 건 피자였다.

피자 토핑에 올려진 올리브, 사실 그 외엔 올리브에 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사고 싶은 마음에 가격을 물었지만 예상외로 비싸서(지금은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다)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그 후로 꽃집 앞을 지나면서 그 올리브만 눈에 들어왔다. 볼수록 뾰족한 잎들이 더욱더 도도하고 멋져 보였다.

집에 오는 내내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딸에게 하소연을 했다.


“은성아, 엄마가 마음에 쏙 드는 식물을 발견했어.”

“뭔 데?”

딸은 나와 달리 식물에 관심도 없고, 나의 식물 사랑을 탐탁지 않게 여겼기에 예상대로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올리브 나무!”

식물 이름을 말하면서도 나는 들떠있었다. 그 신비한 모양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라서였다.

“그럼 사지 그랬어?”

여전히 무뚝뚝한 투로 딸이 물었다.

“좀 비싸더라고......”


며칠 후 어버이날이 되었다. 퇴근 후 집에 와 보니 내 베란다를 환하게 밝혀주는 식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며칠 동안 동네 꽃집에서 짝사랑해왔던 바로 그 올리브 나무였다.

딸의 어버이날 선물이었다. 갖고 싶던 올리브 나무를 받은 것도 기뻤지만, 그보다 내 말을 무심히 귀담아 들어준 딸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엄마 이거 맞지?”

사춘기 딸이 여전히 무심한 말투로 한마디 던지고는 제 방으로 쏙 들어갔다.



중학생이 되면서 말수도 적어지고, 말투마저 차가워진 딸이 가끔은 이렇게 나를 감동시킨다. 거실 소파에 잠들어 있는 나에게 소리도 없이 이불을 덮어주기도 하고, 삼겹살을 먹을 때 가장 먼저 익은 고기를 내 숟가락에 올려주는 내 딸.


2년이 지난 지금, 올리브 나무는 키도 훌쩍 자랐고, 싱그러운 잎들도 더욱 풍성해졌다.  

해가 가장 잘 들어오고 바람이 가장 잘 통하는 창 앞에 늘 자리를 잡고 있다.


올리브나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언제나 딸이 떠오른다. 보기엔 까칠하고 차가워도, 속은 따뜻하고 섬세한 아이! 내게 올리브 나무는 딸의 배려와 사랑인 셈이다.

2년 동안 우리 집을 든든히 지켜준 것처럼 앞으로도 오래오래 같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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