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식물을 좋아하는 나는 꽃집 앞을 지날 때마다 가게 안팎에 있는 식물들을 구경하거나, 꽃집 주인과 식물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물론 마음에 쏙 드는 식물을 사는 일도 많았다.
그날도 꽃집 앞을 지나다가 식물들을 구경을 하는 중이었다. 유독 내 눈길을 사로잡는 식물이 있었다. 은갈색의 튼튼한 가지가 곧게 뻗어 있었고, 그 가지에 마주 보며 달려있는 뾰족한 진 청록색의 잎들. 가지와 잎들은 날카로운 듯하면서도 부드럽고, 차가운 듯하면서도 따뜻해 보였다.
나에게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 이 식물이 너무도 궁금해졌다.
“이 식물 이름은 뭐예요?”
“올리브 나무예요.”
꽃집 주인의 대답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른 건 피자였다.
피자 토핑에 올려진 올리브, 사실 그 외엔 올리브에 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사고 싶은 마음에 가격을 물었지만 예상외로 비싸서(지금은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다)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그 후로 꽃집 앞을 지나면서 그 올리브만 눈에 들어왔다. 볼수록 뾰족한 잎들이 더욱더 도도하고 멋져 보였다.
집에 오는 내내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딸에게 하소연을 했다.
“은성아, 엄마가 마음에 쏙 드는 식물을 발견했어.”
“뭔 데?”
딸은 나와 달리 식물에 관심도 없고, 나의 식물 사랑을 탐탁지 않게 여겼기에 예상대로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올리브 나무!”
식물 이름을 말하면서도 나는 들떠있었다. 그 신비한 모양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라서였다.
“그럼 사지 그랬어?”
여전히 무뚝뚝한 투로 딸이 물었다.
“좀 비싸더라고......”
며칠 후 어버이날이 되었다. 퇴근 후 집에 와 보니 내 베란다를 환하게 밝혀주는 식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며칠 동안 동네 꽃집에서 짝사랑해왔던 바로 그 올리브 나무였다.
딸의 어버이날 선물이었다. 갖고 싶던 올리브 나무를 받은 것도 기뻤지만, 그보다 내 말을 무심히 귀담아 들어준 딸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엄마 이거 맞지?”
사춘기 딸이 여전히 무심한 말투로 한마디 던지고는 제 방으로 쏙 들어갔다.
중학생이 되면서 말수도 적어지고, 말투마저 차가워진 딸이 가끔은 이렇게 나를 감동시킨다. 거실 소파에 잠들어 있는 나에게 소리도 없이 이불을 덮어주기도 하고, 삼겹살을 먹을 때 가장 먼저 익은 고기를 내 숟가락에 올려주는 내 딸.
2년이 지난 지금, 올리브 나무는 키도 훌쩍 자랐고, 싱그러운 잎들도 더욱 풍성해졌다.
해가 가장 잘 들어오고 바람이 가장 잘 통하는 창 앞에 늘 자리를 잡고 있다.
올리브나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언제나 딸이 떠오른다. 보기엔 까칠하고 차가워도, 속은 따뜻하고 섬세한 아이! 내게 올리브 나무는 딸의 배려와 사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