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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마녀 Dec 15. 2021

나의 특별한 몬스테라

나의 식물 이야기

나의 아침은 베란다를 쭉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100개가 넘는 화분을 아침마다 들여다보며 물이 필요한지, 정리가 필요한지, 또는 환기가 필요한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베란다의 화분 점검이 끝나면 요가매트를 깐다.

거실 한가운데에  요가매트를 깔고, 요가 영상을 켠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매일 20~40분 정도는 습관처럼 요가를 한다.

그러는 동안, 소파 옆에 있는 몬스테라가 나를 바라본다. 내 감정에 따라 몬스테라의 표정도 달리 보인다. 동작이 힘들어 낑낑대다가 쓰러지면 나를 비웃는 것 같다가도, 능숙하게 해낼 때는 “오, 대단한걸!” 하며 칭찬을 듬뿍 해주는 것 같다.



몬스테라가 우리 집 가족이 된 것은 2년 전 봄이었다.

토요일 오후, 그즈음에 자주 보이던 꽃 트럭이 그날도 동네 놀이터 앞에 서있었다.

평소에도 꽃 트럭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를 사로잡는 식물이 있었다.

나란히 있는 식물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게 뭐예요?”

“몬스테라예요. 요즘 이 식물이 인기가 많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몬스테라라는 이름을 되뇌며 눈에 담았다.

그제야 인테리어 소품 사진에서 자주 봤던 게 떠올랐다. 사진 속 몬스테라는 특유의 카리스마 때문에 나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왠지 거리감마저 느껴졌었다. 그런데도 나는 ‘인기 있다’라는 말에 덥석 구입해서 들고 왔다.

“이 식물이 정말 그렇게 멋진 찢어진 잎을 가진 식물이라고?” 처음엔 의심도 있었다. 지금은 찢어진 잎도 하나 없는 평범한 초록색 잎일 뿐인데.



몬스테라는 2년 만에 우리 집에서 가장 거대한 식물이 되었다. 8번째 잎부터 찢어진 잎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그 후로 주기적으로 새로운 멋진 잎을 만들어낸다. 큰 화분으로 바꾸자마자 금세 거대해져서 그 큰 화분을 또 가득 채워버린다. 카리스마 넘치고 거리감이 느껴졌던 몬스테라는 그 누구보다도 친근하고 가까워지기 쉬운 식물이었다. 물을 좀 넘치게 주어도, 물 주는 걸 잠시 잊어도 조절 능력이 좋은 편이라 힘들어하지 않고 잘 견딘다. 샤워기로 시원한 물줄기를 내려줄 때 너무 좋아서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것만 같다.

거실 가운데 자리 잡은 몬스테라는 늘 여유 있고 인자한 표정으로 우리 가족을 바라봐준다.



요즘 몬스테라는 식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인기 있고, 흔한 식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 흔한 몬스테라도 나의 것은 특별하다. 나와 처음 만났을 때의 인연, 그동안 나와 함께 했던 추억들. 앞으로 계속 함께 할 나와의 끝없는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나의 몬스테라가 더욱더 소중해진다.

곧 몬스테라는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를 시켜야 한다. 지금 지름 25센티미터 화분에 여기저기서 나온 공중 뿌리들로 가득 차있다. 30센티미터 이상의 커다란 화분으로 갈아주면 또 금세 차오르겠지?

이런 생각이 왠지 내 일상을 더욱더 생기 있게 만들어준다.


나는 오늘도 요가를 한다. 나를 바라봐주고 응원해주는 몬스테라가 있어서 더욱더 힘이 난다.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 동작을 하느라 몸이 뒤집어진 채 낑낑대는 나에게 눈을 마주 보며 속삭여준다.


“전보다 몸이 땅에서 많이 멀어지는데. 매일 꾸준히 하더니 대단한데!”


몬스테라의 박수를 받고 나는 더욱더 힘차게 몸을 솟아 올린다.

우리 집 몬스테라는 나의 고마운 요가 친구이자, 관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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