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작업에 관한 45편의 단상(7)

by 김향금
KakaoTalk_20251209_181029187.jpg 홀로움 스케치 01 — 사문진, Hyanggum, photographic record for future work

도시의 속도는 언제나 나보다 먼저 달려간다. 그 속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요가의 호흡에 기대기 시작했다. 매트를 펴는 순간만큼은 하루의 속도도 함께 재정렬되는 듯하다. 요가를 시작하기 전, 마음을 준비하는 짧은 문장을 천천히 읽는다. 문장이 몸의 안쪽에서 잔잔히 울리고, 호흡은 그 울림에 맞추어 깊어진다.


세상과 멀어지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나라는 존재가 조용히 채워지는 감각. 이것이 ‘홀로움’에 가장 가까운 자리일지도 모른다.


‘홀로움’은 혼자 있으나 외롭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누군가와 연결되지 않아도 결핍이 없고, 시선이 닿지 않아도 감각이 또렷해지는 경험. 이때 몸은 기울어 있지만 마음은 기울지 않으며 손과 발은 천천히 중심을 따라간다. 매일같이 반복되지만, 이는 결심이라기보다 이미 자신 안에 깃들어 있는 감각을 확인하는 일. 그렇게 작업을 향한 하루의 첫 리듬이 만들어진다.


그 호흡은 그대로 캔버스 위로 이어진다. 작업 앞에 선 마음 역시 선언이 아니라 몸이 자연스럽게 건네는 응답이다. 선이 꺾이면 다시 긋고, 균형이 흐트러지면 다시 세운다. 쌓기 위한 반복이 아니라, 과한 것을 덜어내기 위한 되돌아감의 리듬. 작업은 그렇게 비우며 중심만 남기는 과정이 된다.


겉에서 보면 단조롭고 고독해 보일 수 있는 행위이지만, 작업은 현실을 벗어난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붙잡기 위해 선택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일 뿐이다. 작업실에 퍼지는 테레핀 냄새, 매끈히 스치는 붓의 감촉, 화면 앞을 오가는 반복된 움직임 속에서도 시간은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 요가가 먼저 중심을 세워주면, 작업은 그 중심 위에 조용히 선다.


홀로움을 그린 작업은 어느 계절의 이름으로도 부를 수 없는 빛을 지닐 것이다. 물 위에 얇게 내려앉은 잿빛처럼 조용하지만, 스스로 결을 만들어 미세하게 흔들리는 빛, 채우지 않았으나 고요한 밀도를 품은 색. 손바닥을 완전히 펴지도 움켜쥐지도 않은 채 빛을 한 번 더 통과시키는 순간 같은 느낌. 나는 그 감각을 종종 자연에서 먼저 발견하곤 한다.


혼자여도 충만해질 수 있는 상태. 홀로움은 개념이 아니라 경험이다. 작업도, 세계관도, 관계도 모두 이 중심에서 다시 정렬될 것이다. 요즘 새삼 깨닫는다. 작업은 외부를 향한 표현이 아니라, 누구나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식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일은 이렇게 요가를 여는 짧은 문장 하나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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