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by 독나리

그 일이 있은지 3일이 지났다. 3일 전 내 생활의 중심인 이지하에서 나비를 본 것이. 처음에는 나방이인가 했다. 그 나비는 나방이로 착각할 정도로 크기가 컸다.


나의 저녁시간은 항상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인다. 오피스빌딩지하이어서 7시에는 직장인들 모두퇴근 후라 더 있을 필요가 없는 곳이다. 7시부터 정리를 시작한다. 항상 라디오는 FM93.1에 맞추어놓고 컴퓨터로 오늘의 대략적인 조제상황을 보고 다음날 주문할 약을 찾아본다.

내일은 휴일. 그다음 날은 일주일에 한 번 나오는 약사가 나오는 날이다. 나는 3일 만에 나오게 된다. 그래서 '어디든 떠나 보이야지' 하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마침 같이 여행하곤 하던 후배가 3일 전 그날 아침 전화했다. 부산 바닷가에서 하룻밤 자고 오자고.

3일 전 그날 하루 종일 여행 생각으로 마음은 붕 떠 있었다.

그날 저녁 마무리 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이는데 무언가 구석에서 소리가 났다. 뭐지?

여기는 지하이지만 오른쪽은 조그만 한식집, 왼쪽은 양복점, 반대쪽은 대형한식집으로 내가 퇴근할 즈음에는 항상 북 쩍 댄다. 그 외에 카페등이 있어 무섭거나 할 일은 전혀 없다.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저쪽 구석에서 무엇이 날아오른다. 나방이 인가? 천천히 다가갔다. 움직이지 않고 있다. 가까이 가 보았다. 자세히 보니 나비였다. 아니 나비가?


그날 아침 출근 전 거실. 커튼에서 무엇인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두껍지 않은 커튼이어서 어른거리는 모습이 잠자리인 것을 알았다. 살그머니 커튼을 여니, 바깥쪽 창문턱에 앉아 있던 잠자리가 휘리릭 날아가버렸다. 참 신기하다.

이 집에서 몇 십 년을 살아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물론 내가 유심히 보지 않았을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잠자리가 이렇게 창턱에 앉아 있는 것이 내 눈에 뜨인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또 그 저녁에 이지하약국에서 나비를 발견한 것이다.

음악은 흐르고 있고 나비를 문밖으로 날려보려는 나와 나비와의 싱겡이가 계속되고 있었다.

왜 나가지 않으려는 걸까! 누가 유심히 보았으면 웬 여자가 온 약국을 뛰어다니며 팔을 휘젓고 춤을 추고 있나 수상하게 생각할 지경으로 한참 나비와 나의 추격전은 계속되었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내일은 약국문을 닫는데 하루 종일 안에 갇혀있게 되는 나비를 위한 일이었다. 안으로 안으로만 파고드는 나비를 막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나는 포기했다. 분명 나가지 않았으니 어딘가에 숨어 있음이 분명 한데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음다음날 나오는 약사에게 나비의 상태를 물어봐야지 생각하고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부산으로 떠났다. 그리고 잊었다.


3일 만에 출근해서 문을 여는 순간, 그때야 생각났다. 약국문 열고 오늘 할 일 체크하고 난 후 그 약사와 필요한의 이야기를 나눈 후 나비에 대해도 물었다. 날아다니는 거 없었단다. 그렇겠지! 문이 닫힌 하루를 이지하에서 살아 있을 수는 없었겠지. 그러니 그 약사가 나온 날에는 죽어서 안보였겠다. 전화 끊은 뒤 약국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발견했다. 한쪽구석에 죽은 채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안 나가고 버티더니 이렇게 죽고 말았다.


3일 전 그날이 나에게 무슨 날이었을까

갑자기 나에게 날아든 잠자리와 나비

분명 특별한 날임에 틀림없을 것만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가끔 불가사의한 이런 일이 일어날 때면, 분명 내가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이 세상에는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생각만이 아니다. 확신이 든다.


아아 그렇구나 세월은 빠르다. 나의 친구 그녀가 떠나버린지 십여 년도 훌쩍 넘은 세월 그날 그녀는 떠났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고 그 친구를 이렇게 잊다니 인간의 기억, 인간의 마음은 이렇게 세월에 의해 지워질 수 있구나!


시를 읽는다


.....


삶이란

비상을 거부하는 가파른 계단.


나 오늘 이 먼 곳에 와 비로소

두려운 이름 신이여!

발음해 본다.


이리도 간절히 지상을 걷고 싶은

나의 신 속에 신이 살고 있다.


<먼 길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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