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안에 있다

by 독나리

어제는 도서관을 가야 하는 날이었다. 책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서관. ○○도서관 두 곳을 가야 한다. 버스를 타고 딸네집이 있는 판교를 간다. 그곳에 ○○도서관이 있다.

요즈음은 어디를 가나 화려한 흰색이나 부드러운 분홍꽃잎의 벚꽃들이 반긴다. 그중 매화도 있겠지. 이곳도 벚꽃이 만개해 있고 먼저 피는 개나리 또한 아직도 피어있어 같이 어우러져 화려하다. 개나리는 샛 노란 꽃잎이 떨어져 녹색 잎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그 노란색의 꽃잎이 많이 남아있다.


○○도서관 먼저 가서 책 한 권 반납하고 두 정거장거리의 ○○도서관으로 향해 걷기 시작한다. 운중천을 멀리서 보니 안개 낀 것 같다. 하얀색으로 뒤덮여 있다. 그 속을 사람들이 헤매고 있다. 그 천변으로 내려가려고 다리를 지나다 보니 코앞에 벚꽃 잎들이 보인다. 천변에서 높이 자라 다리 위를 걷는 내 앞에 꽃 이파리를 들이민다. 핸드폰을 손에 들지 않을 수 없다. 너나 나나 가만히 서서 보며 핸드폰을 들어 올린다.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것에 서로에 대한 친근감이 느껴진다. '참 예쁘네요.'라 말을 걸며 서로가 마음을 연다.


이렇게 4월은 어디를 돌아보아도 벚꽃천지다. 처음 딸이 이사 온 십여 년 전만 해도 그리 크지 않았던 벚나무들이 이제는 자리 잡아 듬직한 큰 나무로 자라서 이렇게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다. 포근한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을 떨구니 사람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많다. 삶의 즐거움이 뚝뚝 듣는다. 조팝나무도 한쪽에서 조금씩 거들고 있다. 조팝나무는 꽃 이파리가 하얗게 똘망똘망하게 피어 있고 하나하나가 어쩌면 그리 예쁜지 한참 들여다보게 된다. 조팝나무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가득 필 것 같다. 조팝 하면 또 이팝나무로 이루어진 진주의 가로수가 생각난다. 마치 팝콘 덩어리 같았다.

언제 한번 진주에 내려가 보고 싶다. 진주하면 이어서 섬진강도 생각나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사천의 카페도 생각난다. 해지는 어둑어둑함 속에 바닷가 그 카페에 앉아 무슨 생각에 빠졌었나.


다시 이곳 벚꽃터널이다. 걷다 보니 꽃 멀미 난다는 말이 실감 나기 시작한다. 어찌나 온 세상이 벚꽃으로 그득한지 어서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짓누른다. 아아. 이게 바로 꽃 멀미라는 것이구나! 어지럽다. 한참을 이리저리 휘둘리다 빠져나왔다. 당치도 않은 멀미와 휘둘림이다. 사방이 꽃으로 그득하고, 또 즐거움에 겨워 이리저리 뛰는 아이들, 그의 엄마아빠들. 그 가족들 보며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노라니 머리가 어지럽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이 상황은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좋은 계절이다. 잔인한 계절이라는 말도 맞다. 좋은 이라는 한 편에는 잔인함이라는 감정도 깔려 있다.


서둘러 걸어 ○○도서관에 도착했다. 이곳은 나에게 익숙한 도서관이다. 찾는 책이 없어 다른 도서관을 가보았지만 난 이곳이 참 익숙하다. 구석구석의 모든 시설이 편안하게 잘 어우러져있다. 책이 있는 위치를 집에서 인터넷으로 찾아와서 빨리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찾는데 헤매 일 때도 있었으나 요즈음은 익숙하게 찾는다. 그리고 자리 잡고 앉아 앞부분을 읽고 빌려가는 여부를 결정한다.


오늘은 책 한 권을 붙잡고 앉아 읽자니 분량 적은 책도 아닌데 아주 잘 읽히는 책이고 재미있어 몇 시간 만에 다 읽었다. 층간소음에 관한 이야기로 이렇게 재미있는 장편소설을 쓸 수도 있구나. 여하간 작가들은 대단한 능력의 사람들이다.


이렇게 오래 한 곳에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파온다. 요즈음 허리가 말썽이다. 그래도 이리저리 움직여보며 책 한 권을 끝냈다.


집에 가서 누워야겠다.


202404/19

작가의 이전글끼어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