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길을 찾아서
# 수필 연작
이번 여행은 대전에서 부산을 거처 동해남부선을 운행하는 무궁화 열차를 이용해 영천까지 1박 2일의 여정으로 나 홀로 여행길에 오른다.
○ 부산에서 하루를
대전역에서 08:00 시 KTX 열차에 올라 부산으로 향한다. 지인의 전시회도 있고, 겸사겸사해서 오랜만에 부산을 찾았다. 50여 년을 부산에서 살았는데 막상 부산에 도착하고 보니 모든 게 낯설어 보인다. 대전으로 이사한 지가 고작 3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많이 변한 것 같다. 하기야 요즘 세월은 하룻밤 자고 나면 달라지는 게 현실인데 3년이란 시간은 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싶다. 지인의 전시장에 도착하니 월요일이라 전시관이 휴관한 상태다. 주인공도 만나지 못하고 전화 통화로 마침표를 찍고 보니 왠지 허전한 마음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속언이 있듯이 몇몇 지인에게 연락을 해 보니 모두가 만날 수 없는 사정이다.
요즘은 사전에 약속하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세상인데 내가 세상 물정에 부실한 데가 있는 모양이다. 모처럼 찾아온 제2의 고향인데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다. 기왕 부산에 들렀으니 찾아볼 곳은 찾아보아야겠다 싶어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뒤척여 연락을 해 본다. 그래도 반겨 워 해줄 이가 있었다. 과거 같은 사진 동호회에서 함께 활동한 지인을 만나 반나절을 보내고 평소 존경하던 연배 되시는 분이 뇌출혈로 2년째 병원 생활을 하시기에 병문안 차 들렸다. 화무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운다는 옛 노래가 있듯이 인생사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좋던 모습은 어딜 가고 병색이 짙게 물든 얼굴이며 걸음걸이도 시원찮아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재활 치료를 받는 모습에 마음이 찡해 온다. 반가움 반 서글픔 반이 뒤범벅이 된 아픔의 만남이다. 평소에는 찾아오는 이 많았지만, 지금은 늙고 병든 몸이라 찾아오는 사람 없단다. 야박한 게 요즘 세상이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 아니겠는가. 진정한 벗이 그리울 때이다. 병문안을 마치고 돌아 나올 때 간호인에게 간곡히 당부를 한다. 회장님 잘 보살펴 달라고…….
어느덧 해가 서산에 걸린다. 저녁 약속은 다행히 이루어져 유명한 부산의 밤거리 남포동에서 소주 한 잔 거 하게 하며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재직 시 내게 사진 공부를 지도한 스승이자 벗이다. 10여 년간 건강 문제로 술을 끊었지만, 오늘만큼은 한잔해야겠다 싶어 두 어 잔 마시고 나니 정신이 혼미하다. 역시나 술기운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흘러간 시간을 회상하여 주는 유일한 도구이자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녀석이 술인 모양이다. 덤으로 인증 사진까지 한 컷을 하고 추억을 남겼다. 숙소로 돌아와 내일의 일정을 그려본다. 내일은 부전역에서 동해남부선을 거슬러 영천까지 가는 길에 간이역마다 내려 사진 촬영을 계획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준희의 브런치입니다. 부산신라대학교 사무처장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직을 하였고, 월간시사문단에서 수필가로 등단하여 현재 한국문인협회원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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