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무게
# 포토 에세이
가을볕이 좋은 날 오후 오늘 내가 찾은 소재동은 대전시에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일제 때의 숨겨진 아픔이 켜켜이 쌓여있는 긴 여정 중의 한 부분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보고,
그 속살을 카메라에 담아 보려고 찾았다.
소제동 골목 담벼락에 어느 이름 모를 화가가 그려낸 그림이 오가는 젊은이에게는 정겹게 느껴지겠지만,
할머니의 모습은 그리 달갑지 않은 것 같다.
지팡이 벗 삼아 걸어가는 할머니의 어깨너머에는 한세월등짐 지고 온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고,
꽃피는 봄이 오는 것도 귀찮은 듯 무심히 지나친다.
기쁨이 있고 슬픔이 있는 우리의 삶은 긴 여정이다. 할머니는 어쩌면 지난날의 추억을 더듬어보고 있는 것 같고,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듯하다.
< 대전시 동구 소제동에서 >
이준희의 브런치입니다. 부산신라대학교 사무처장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직을 하였고, 월간시사문단에서 수필가로 등단하여 현재 한국문인협회원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