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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와 상수리 나뭇잎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난이와 상수리 나뭇잎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댔다. 난이는 닫힌 창문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상수리나무를 바라보았다. 땅 위에는 낙엽들이 뺑 그르르 돌며 바람에 밀려서 이리저리 몸부림치고 있었다. 난이는 낙엽들을 바라보며 생각을 했다.


“아~ 얼마나 힘들까? 바람도 얄밉다.”


난이는 낙엽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바람은 더 세차가 불어댔다. 상수리나무도 춤을 추듯이 몹시 흔들어대었다. 상수리의 나뭇가지들은 윙윙 소리를 내며 아파하고 있었다.


“바람아 그만 불어다오. 나뭇가지가 아파하잖니?”


바람은 난이의 마음을 알았는지 갑자기 멈춰버렸다. 몸부림치던 낙엽들이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 속삭이고 있는 것처럼 난이는 생각을 하였다. 이제는 상수리나무 가지들도 아프다고 윙윙 소리를 내지 않았다. 나뭇가지들은 서로 즐겁다는 듯이 가볍게 흔들어댔다. 세찬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나뭇가지 끝에 붙어있는 상수리나무 잎 하나를 난이는 발견하고 바라보았다.


“와~ 나뭇잎 하나가 붙어있네. 대단하구나.”


따사한 햇볕이 상수리나무 잎을 어루만지며 속삭이었다.


“힘들었지? 내가 네 아픈 상처를 빨리 낫게 해 주마.”


난이는 그렇게 들었다. 상수리 나뭇잎은 힘이 나는 듯 살랑살랑 춤을 추었다.


“응, 고마워! 이제 힘이 나는 거 같아.”


그러자 상수리 나뭇잎 하나가 더욱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난이의 얼굴에서도 발그레 홍색 빛으로 가득 찼다.


“나도 그래, 너처럼 굳세게 살아갈 거야.”


엄마를 잃은 난이는 세찬 바람에도 잘 버틴 나뭇잎을 향해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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