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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의 소녀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외딴섬의 소녀


필리핀의 어느 외딴섬에는 다섯 살 된 소녀가 살고 있었다. 날마다 작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 아빠와 늙으신 할머니와 엄마랑 소녀는 살고 있었다. 외딴섬에는 소녀와 같은 또래가 없었다. 소녀는 언제나 혼자였다. 또한 학교도 없었다. 하얀 모래사장이 소녀의 놀이터이고 학교인 셈이었다. 이른 아침이면 소녀는 하얀 모래사장으로 뛰어나왔다. 그리고 소녀는 모래사장 위에 자기의 발자국을 만들며 뛰어놀았다. 수많은 소녀의 발자국들이 하얀 모래사장에 만들어졌다. 소녀는 자기의 수많은 발자국들을 돌아보며 손을 높이 쳐들고는 소리쳤다.


“애들아! 너희들은 어디 있니?”

“왜? 발자국만 남긴 거야!”


소녀는 하나하나 발자국들을 지워가며 하얀 모래사장을 얼룩지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소녀는 집으로 갔다. 소녀는 엄마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는 다시 바닷가 하얀 모래사장으로 어슬렁어슬렁 돌아왔다. 모래사장에는 해가 뜨거웠다. 소녀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는 물장구를 쳤다. 바닷속으로 지나다니는 열대어를 바라보며 소녀는 손을 뻗어 바닷물을 휘저었다. 알록달록한 크고 작은 열대어들이 사방으로 도망을 갔다.


“애들아~ 가지 마! 나랑 놀자!”


소녀는 바닷물 속에 모래를 한 줌 집어서는 달아나는 열대어를 향해 휙 뿌렸다. 그리고 소녀는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았다. 결국 소녀는 혼자가 되었다. 언제나 소녀는 혼자였던 것이다. 소녀는 맨발에는 파도가 다가와 찰랑거렸다. 신을 신어 본적이 없는 소녀는 맨발로 하얀 모래사장을 힘껏 달렸다. 갑자기 멈춰 선 소녀는 자리에 주저앉아서 모래를 한 움큼 집어 올렸다가 사르르 소녀의 손 사이로 흘러내리니 모래사장 위에 모래가 쌓이기 시작했다. 소녀는 쌓인 모래를 흩트리고는 다시 모래를 집어 뿌린다. 또 쌓인 모래를 흩트리고 다시 모래를 뿌린다. 이때에 모래는 소녀에게 속삭였다.


“나를 봐! 네 마음이 내 모래에 가득 담겨있지~”


소녀는 살며시 웃으며 모래를 집어서는 얼굴에 갖다 대고는 입맞춤을 하고는 사르르 모래사장 위에 뿌렸다. 그리고 소녀는 쌓인 모래를 흩트리지는 않았다.

하얀 모래사장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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