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선(善) -2

[원스의 단편집]

by trustwons

스쳐간 선(善)

원스 글

1999.9.26.


제 2 편

나는 자꾸 정양의 모습이 어른거려 곧 잠이 오지 않았다.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제대할 날만 세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물론 주말에는 무조건 외출을 했다. 부대 내에 있어도 무료한 나날은 여전했다. 제대 말년이라 맡은 일도 별로 없다. 가끔 내부 반에서 TV나 보던지 아니면 피엑스에 가서 군것질이나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토요일인 오늘도 점심을 부대에서 먹고 어슬렁어슬렁 부대를 나왔다. 특별히 갈 만한 곳도 없고 또 정양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서 길 다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언제나 길 다방은 주말이면 손님이 많았다. 그것도 대부분이 군인들이었다. 휴가나 외출을 못 간 군인들은 살짝 부대를 빠져나와 가까운 술집이나 다방을 찾는 법이다. 그래야 무슨 일이 생기면 즉각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그런 측에 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군인이었다. 군인은 사람으로 쳐주지 않는다. 휴가 때 친구들과 모여 얘기하다 보면 군인은 언제나 제외였다. 차 값을 낼 때도 식사 값을 낼 때도 영화를 보려 가도 언제나 군인은 예외였다. 그래서 군인은 사람 측에 끼지 못한다. 다방 문을 들어서니 사람이 별로 없었다. 점심을 먹고 바로 나왔으니 아직은 이른가 보다. 늘 앉았던 창가로 가서 앉았다. 당연히 정양은 나를 반기며 커피를 가져왔다.


“내가 일찍 왔나 봐 손님이 별로 없네?”

“어때, 자기가 일찍 오면 좋지 뭐? 이렇게 마주하고 얘기할 수 있잖아!”


그렇긴 하다. 나도 정양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할 수 있기를 바랐었으니깐.


“오늘 자기와 함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나는 정양에게 함께 있기를 요청했다.


“안 돼, 주말에는 손님이 많은데 자주 자기랑 시간을 갖겠다고 하면 마담은 싫어해, 나중에 내가 특별 휴가를 낼게. 그때에 우리 오랜 시간을 가지면서 이야기해.”

“오늘 휴가를 내면 어떨까?”

“오늘? 박 양이 휴가 중이라서……. 딸애가 말썽을 피우나 봐요. 엄마랑 같이 있는 시간이 적으니 애를 봐주는 아주머니네 아이랑 자주 싸우는가 봐요. 그래서 딸애를 달래기도 하고 혼내주기도 하지만 고것이 크면서 꾀를 자주 부려요.”

“어린아이도 사람인 것을……. 어찌 박 양의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자기가 누릴 권리를 찾으려 하는 것이지. 박 양이 참 힘들겠구먼.”

“전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요. 나 자신만도 살기가 이렇게 힘든데 말이에요. 저의 어머니는 저로 인해 지금도 마음이 아프시겠죠.”

“한 수간의 실수가 인생을 망치게 하기도 하는군. 다시 재개할 기회는 없는 걸까? 기독교의 진리는 버림받은 죄인을 다시 용서하고 회복시키는 데 있는데, 실지로 기독교도들은 이러한 진리를 왜곡하고 있단 말이야. 정양에게도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믿어.”

“전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해봤죠. 서울로 올라온 것도 그런 이유였지요. 허지만 세상은 쉽게 허락하지 않아요. 점점 저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로 빠져든 것이죠. 이제 남은 것은 자존심뿐이에요.”

“자존심이라? 어린아이도 자존심이 있지. 늙어서 남는 것은 자존심뿐이라 하더군.”

“그래요,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자존심뿐이죠. 배웠다는 사람들, 웃겨요. 돈 좀 가졌다는 사람들, 웃겨요. 아무리 신사라 해도 우리 앞에는 한갓 짐승처럼 보이거든요. 벌거벗은 그들……. 교수, 정치인, 재벌, 의사, 똑같은 것들이죠. 우리 같은 천한 계집들은 남자란 인간들을 잘 알아요. 그러니 남자들이 만드는 세상도 뻔해요. 안 그래요?”

“정양의 말이 맞을지 몰라. 오히려 짐승보다 못한 것인지도 몰라. 짐승은 자기 존재 그대로 살고 있지 않아. 그런데 인간들은 자기 존재를 망각하고 사는 경우가 많지. 난 그래서 종교가 그러한 인간에게 자기 존재를 깨우쳐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종교? 가장 위선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잖아? 그들이 우리는 이렇게 만든 거야. 누구나 실수는 있는 거라고 하면서 우리들의 잘못을 용서하기는커녕 질책하고 희롱하고 이용하지. 우리들은 그들에게 웃음과 쾌락을 팔아. 온몸을 다해서 말이야. 그렇지만 마음은 절대로 주지 않지.”

“그럼 정양은 나와 함께 하는 것도 그런 경우와 같은가?”

“없지는 않아, 내가 얼마나 권 병장을 알겠어? 주말이면 길 다방에 와서 차를 팔아주는 정도일 뿐이지. 제대하면 홀딱 사라져 버리는 것들이 군인들이잖아요.”

“그래? 하지만 인간관계란 두 가지로 볼 수 있지. 스쳐 가는 관계와 영원히 머무는 관계로 말이야. 어찌 보면 정양의 말대로 군인들은 일시적인 관계밖에 가질 수 없는 입장일 거야. 군인도 삼 년간 군대 생활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갈 수 도 있고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 수도 있지. 군인도 삼 년간은 자기 인생이 없는 존재인 거야. 그렇다고 모든 군인들이 다 그렇지는 않아.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난 정양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우리의 신분이 어떻든 간에 말이야. 현실에서 가장 진실하게 마음을 주는 것이라면 아름답고 귀하다고 생각해요. 난 정양이 어떤 심정인지를 이해하고 있어. 정양도 내 마음을 이해하고 있겠지?”

“글쎄요, 저도 권 병장의 말에 동감을 해요. 저는 자기랑 함께 있는 동안은 나의 처지를 떠나 자연스러운 마음으로 자기를 생각했어요. 자기랑 같이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지거든. 어린아이와 같아요.”

“나 사실 자기랑 조용히 시간을 가지면서 제대하기 전에 꼭 말하고 싶은…….”

“어머, 어서 오세요? 오랜만이에요.”


정양은 문으로 들어오는 점잖은 중년 신사를 반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양은 변함이 없구먼, 항상 예쁜 모습은 그대로일세. 어때, 여기서 지내기가 좋은가?”

“아이∼ 아저씨도 농담을 진하게 하셔요. 지내기 괜찮아요. 마담 언니도 좋은 사람이고 식구들도 맘에 들어요.”


내 옆자리 테이블로 중년 신사를 안내하고는 정양은 바쁘게 차를 준비해 왔다. 나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정양과 나눈 대화들을 하나하나 돌이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정양이 저렇게 정성으로 모시는 신사는 누굴까 하고 골똘히 생각하였다. 정양의 정부 인가? 아니면 애첩으로 둔 분인가? 이리저리 생각에 뒤척이다가 조용히 다방을 빠져나왔다. 날씨는 화창했다. 늦가을이라 하늘은 푸르렀다. 그러나 내 마음은 짙은 구름이 꽉 찬 기분이었다. 오늘은 유달리 길가에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과 앙상하게 보이는 가로수들이 너무나 처량하게 보였다. 어디로 갈까? 낙엽을 하나씩 밟아가며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길 다방은 내게서 아주 멀리 사라졌다. 정양도 내게서 멀어져 간 느낌이었다. 길 건너편에 극장이 보였다. 난 주머니 속에 손을 넣은 채 횡단보도를 건너 극장 앞에 이르렀다. 영화 제목이 「라스트 콘스트」이었다. 난 표를 두 장을 샀다. 마침 영화 시작 시간이 10분 정도 남았다. 강냉이 한 봉지 사들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중간쯤에 자리하고 한 자리를 비워 놓고 위에 표를 놓았다. 마음으로는 정양이라 생각하면서…….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극장 안을 진동시켰다. 10 분이 지나자 스피커로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일어나시오.”


나는 강냉이를 든 채로 일어섰다. 애국가가 우렁차게 흘러나왔다.


“이제 자리에 앉으십시오. 곧 영화가 상영되겠습니다.”


뉴스가 나오고서야 영화가 시작되었다. 시한 인생을 사는 소녀가 무명의 음악가와 사랑하는 이야기이었다. 결국 소녀는 무명의 음악가를 유명의 음악가로 만들고서 백혈병으로 죽고 만다. 그들의 애틋한 꿈은 사라지고 아픔만 남았다. 사랑이란 이런 것인가? 서로 어울리지도 않는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서 사랑하게 되었고 행복하게 살날이 다가왔는데 그만 이별이라니……. 영화가 너무나 슬펐다고 하기보다는 허무함만이 더 들었다. 그들 연인은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깊은 사랑을 나누고 갔다. 스쳐간 선처럼 말이다.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사람들은 우르르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 자막이 사라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 강냉이 봉지를 꾸겨버리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극장을 나왔다. 어느덧 노을이 졌다. 시장한 나는 그만 부대로 들어갈까 생각하다가 자장면이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래전에 정양과 함께 자장면을 먹었던 생각을 해서였다. 극장에서 나온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서 중국집에 들어갔다. 다섯 평쯤 되는 중국집이었다. 혼자 자장면을 시켜 먹다가 허전한 생각이 들어 주인 양반에게 빼갈(고량주)을 하나 달라고 했다. 한 잔을 마셔보니 엄청나게 독했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목에서는 불이 붙는 듯했다. 나는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어느새 얼굴이 벌겋게 변해버렸다. 머리가 아롱아롱거렸다. 왠지 대담해졌다. 내 눈에 뵈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는 비틀비틀하면서 중국집을 나왔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길 다방으로 가자고 했다. 나는 정양을 보고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벽에 손을 짚으면서 계단을 올라가 다방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내 자리를 알고 있었다. 창가에 있는 내 자리로 가 앉았다. 나를 본 조양은 놀란 눈으로 쪼르르 내게 왔다.


“아저씨, 웬일이세요? 술을 다 하시고 꽤 마셨나 봐요?”

“응, 심심해서 먹어봤지. 어때 내 모습…….”

“멋져요. 아저씨가 술을 다 하시고, 내가 술을 더 살까요?”

“좋아!”


이때에 정양이 내 자리로 와 앉았다.


“안돼요. 웬일로 술을 다 마셨어요? 권 병장답지 않게……. 조양, 가서 커피를 진하게 해 와요. 술 좀 깨시게.”

“괜찮아, 술이 좋아. 조양과 함께 술을 마셔볼까? 조양! 술 가져와!”


나는 큰소리쳤다. 다른 손님들이 다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난 뱃심이 생겼다.


“이것 봐! 뭘 보는 거야! 술 먹은 것 첨 봐!”


다방 안에는 갑자기 술렁거렸다. 정양은 손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는 나를 달래려고 내 자리 옆으로 와 앉았다.


“어쩌다 술을 하셨어요? 아까는 말없이 나가셨던데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있어요?”

“아냐, 그냥 어딘가 거닐고 싶었어. 그런데 그 신사와 어떤 관계야?”

“아~ 그 아저씨, 고향사람이야. 서울에 있을 때에 알게 된 분인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주신 분이야. 제가 방탕하게 살며 경찰서에 자주 들랑거렸지. 그때마다 나를 도와주셨어. 아버지 같은 분이야. 자기, 이일로 술을 마셨군요?”

“…….”


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다 보니 서서히 술이 깨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정양과 술을 더 마시고 싶은 충동이 왔다.


“정양, 오늘 나랑 술을 더 하지 않겠어?”

“글쎄요, 많이 취하신 것 같아요. 오늘은 이만하고 부대에 들어가세요. 다음에 제가 술을 살게.”

“아냐, 지금이 좋아! 난 이제 제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 자기와 같이 있고 싶을 뿐이야.”


조양이 다가왔다.


“언니, 권 병장의 소원도 좀 들어줘요. 오늘은 멋져 보여. 내가 술대접할까? 아저씨한테 신세 진 것도 많은데…….”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니? 자기, 잠시 기다려.”


권 병장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정양은 방으로 들어갔다. 조양은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내 팔을 끌어당겨서 끼고는 속삭였다.


“아저씨, 저랑 놀아요. 제가 즐겁게 해 드릴게?”

“.....”


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조양은 성병을 앓았던 여자인지라 선뜩 말이 안 나왔다. 취기가 있어서인지 오늘따라 조양이 매우 귀엽게 보였다. 정양은 산뜻하게 차려입고는 내게로 왔다.


“조양, 언니랑 도와서 뒷일을 봐줘. 권 병장과 잠시 나갔다 올게, 알았지!”

“언닌 욕심도 많아 아저씨를 혼자 차지하려고 하다니, 좋아! 재미 잘 봐.”


정양은 나를 끌다시피 하고는 다방을 나왔다. 택시를 타고 어딘가 갔다. 작고 조용한 집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선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간단한 안주랑 소주병들이 보였다. 정양은 말없이 내게 술을 권하고는 혼자 홀짝홀짝 술을 마셨다. 그렇게 하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나도 말없이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며 술을 마셨다. 얼굴은 술독이 찼는지 부어오른 것 같았고 뻣뻣하기도 했다. 술에 취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니 화려해 보였다. 나는 그녀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를 껴안았다. 술 힘이 솟았는지 꽉 껴안았다. 그녀도 숨이 막히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오랫동안 굶주린 자처럼 우린 서로를 더듬으며 술을 마셔댔다. 그녀의 입술에 든 술은 꿀 술 같았다. 점점 나는 몽롱해졌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부대 안에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속이 아직도 매스껍다. 군 내부 반에는 박 병장이 내 곁에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조용했다.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건지 내가 물어야겠다. 어젯밤에 정양과 같이 있었니? 정문에 있던 위병이 널 부축해서 데려왔어. 곤드레만드레 되도록 술을 먹었더군. 그래 속은 괜찮아?”

“매식 매식해, 지금 몇 시야?”

“10시가 넘었어. 아까 김 대위가 왔다 갔어. 그냥 웃더라.”


나는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햇빛이 안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잘 정리된 군내부반 분위기는 내 마음까지 정돈해 주었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어제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 분명 정양과 어느 조용한 술집에서 술을 마신 것 같았는데 정양은 어떻게 됐을까? 정양도 술을 꽤 많이 마셨는데 집에는 잘 갔는지 모르겠다.


“아까 군 행정실에 갔더니 제대 명단이 내려왔다고 하더라. 제대 말년에 시간 보내기가 너무 지겨워 시간이 이렇게 안 가는지 몰라.”


박 병장은 제대 날만 기다리면서 오히려 군대생활을 착실하게 보내고 있다. 전에는 나랑 같이 몰래 부대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니곤 했었는데. 그때는 영화를 보던, 시내 구경을 가던 스릴이 있어서 재미있었다. 외출증도 없이 말이다. 멀리서 헌병이나 백차가 오면 재 빨리 골목으로 사라지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군 내부 반에서 박 병장은 종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 병장은 구석에 있는 라디오를 가져와 음악을 틀었다. 나는 다시 팔베개를 하고 누어서 어제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경솔한 짓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방에서 반색하던 정양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편 잘 된 건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정양과 술을 하면서 애틋한 기분을 가졌던 것들이 하나씩 생각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향긋한 입술, 팡팡한 가슴 그리고 보드라운 피부가 내 심장에 깊이 묻혀 있었다. 생전 처음 가까이해 본 여인이었다. 지금쯤 정양은 무엇을 하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꾸만 궁금해졌다. 오늘 저녁에도 길 다방에 가볼까?


“권 병장, 뭘 그리 생각해? 오늘도 나가려고? 말년에 조심해.”


박 병장은 내 마음을 잘 안다. 그는 결혼한 기혼자였다. 부대에 있을 때도 가끔 그의 아내가 면회 오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푸짐한 떡과 과일을 가져왔다. 그 덕에 우리도 별미를 먹었다. 귀엽게 생긴 꼬마가 하나 있다. 박 병장은 상주가 고향이라고 했다. 심심산골에서 부모를 모시고 농사를 했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책을 참 좋아했다. 시골에 살 때는 책을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 병장은 군 생활에서 얻은 것이 많았다고 했다. 특히 나를 알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나도 박 병장이 좋았다. 그의 성실함과 믿음직스러운 태도가 언제나 맘에 들었다. 군인들이 군 내무반 안으로 우르르 들어왔다. 벌써 점심시간이 된 모양이다. 신참 유 이병이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권 병장님, 속이 괜찮아요? 제가 식사를 갖다 드릴까요?”

“아냐, 내가 가서 먹지 뭐. 환자도 아닌데…….”


나는 박 병장과 같이 식당으로 갔다. 벌써 군인들이 줄 서 있었다. 오늘은 꽁치 국이었다. 입맛은 없었지만 허기져서 먹어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식사 후에 휴식 시간이었다. 박 병장과 나는 행정실로 장 상병을 찾아갔다.


“여~ 권 병장, 어제 술을 마셨다며. 대단해! 그래 괜찮아?”

“너희들은 맨 날 마시면서 새삼스럽게 날 가지고 그래? 제대하기 전에 한 번 취해봤다. 그건 그렇고, 제대 명단이 왔다면서?”

“왔지, 네 것은 없던데?”


장 상병은 슬쩍 농담을 하면서 서랍을 열어 제대 명단을 보여줬다. 명령 일자 순으로 적혀 있었다. 박 병장은 중간쯤에 있었다. 난 서류를 밑까지 살폈다. 보이지 않았다. 박 병장은 내 이름을 찍어 주었다.


“여기 네 것도 있다. 12월 1일 자로 나 있네. 나랑 같은 날짜야.”


난 아직도 취기가 있었나 보다 내 이름을 찾지 못하고 박 병장이 찾아주었다. 앞으로 2주 남은 셈이었다.


“야, 여기 내 이름이 있는데 뭐가 없다고 헛소리하는 거야? 선임한테 혼 좀 나야겠는걸.”


그리고는 나는 두 팔로 장 상병의 어깨를 감싸다.


“야, 야, 맨 입으로 제대하려고 해! 어서 백도라도 사와!”

“알았어, 백도가 문제야. 오늘 저녁에 외식하면 어때?”

“또 밖에 나가려고? 그러다 제대 말년에 피를 보지.”


박 병장은 염려가 되는가 보다. 사실 그렇다. 우리보다 먼저 나간 사람 중에는 제대 3일 나 두고 헌병에게 걸려 특수교육을 받은 자도 있었다. 어제 그렇게 술을 먹어서 오늘은 몸이 안 좋다.


“그러지 말고 일과 후에 간단히 파티나 하지. 권 병장도 몸이 안 풀렸잖아.”

“좋아! 이따 봐.”


나는 박 병장과 함께 행정실을 나와 군내무반으로 돌아왔다. 이번 주말은 마지막 외출인 것이었다. 다음 주 수요일은 12월 1일이다. 나는 부대를 떠나야 한다. 그런 내 마음은 한편 기쁘기도 하지만 정양과 헤어질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심정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정양과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 나는 외출복을 구내 세탁소에서 찾아왔다. 그리고 외출증을 하나 작성하고 늦은 막에 부대를 나왔다. 장미꽃 한 송이를 사들고 길 다방으로 갔다. 깨끗하게 정돈된 다방 안은 정양과 조양이랑 모두 있었다. 정양은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나는 살며시 카운터로 장미꽃을 내밀었다. 정양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방긋이 웃어주었다. 창가에 내 자리로 가서 앉았다. 다방 안에는 유난히 환해 보였다. 창가로 보이는 거리는 초겨울처럼 한적히 사람들이 띄엄띄엄 지나갈 뿐이었다. 오늘은 정양과 좋은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밝은 표정을 지었다. 정양도 내가 곧 제대하리라 알고 있었다. 오히려 부대 안에 일을 우리보다 먼저 안다.


“오늘은 자기 멋쟁이네요. 아주 떠날 사람 같아요?”


정양은 커피를 가져와 내 곁에 앉았다.


“그래? 정양과 만날 수 있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아서 외출복을 세탁소에서 바로 찾아 입고 왔거든.”

“왜 마지막이라고 말해! 난 언제나 자기 옆에 이렇게 있는데 말이야. 제대하면 안 올 거야?”

“그게 아니고…….”


나는 섬뜩 놀랐다. 내가 왜 이렇게 말했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정말 그녀가 늘 말했던 것처럼 군인들은 제대하면 떠나가 버리는 철새 같은 존재라는 말이 내게도 적중한 것이었다. 내가 제대 후에 여기를 다시 올 수 있을까가 의문일 뿐이었다. 어느새 나는 여길 아주 떠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양! 오늘 시간을 낼 수 있겠어? 특별히 시간을 내줬으면 해.”

“글쎄요, 마담 언니께 여쭤보고…….”


정양은 방에 있는 주인 마담에게 갔다. 커피를 조금 마시고는 밖을 보며 어떻게 말을 꺼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은 정양과 영원히 같이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들떠있었다. 어머님은 내 말을 믿어주시리라고 생각하였다. 물론 아직 어머님께는 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오늘 정양이 내 말에 승낙만 한다면 제대하고 집에 가서 말하리라 생각했다. 방에서 밝은 표정으로 나오는 정양의 얼굴을 보는 순간 허락을 받았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내게 와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난 마지막 커피를 마시고 조양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조양, 제대하면 보고 싶어서 어쩌지? 언젠가 서울로 오면 날 찾아와요. 내가 좋은 구경을 시켜줄게.”

“아저씨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네요. 그동안 신세도 많이 졌는데…….”


나는 내가 사는 집 주소를 적어 주었다. 정양과 나는 다방을 나왔다. 오늘따라 바람이 차가웠다. 정양은 내 몸에 찰싹 붙어 걸었다. 우리는 어느 때처럼 말없이 걸었다.


“자기, 전에 갔던 에덴 힐로 가면 어때?”

“좋아요.”


그녀는 짧게 말하고는 내게 안긴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쥐고 걸었다. 마침 빈 택시가 지나가는지라 손들어 세웠다. 우린 차를 타고 에덴 힐로 갔다. 역시 사람이 없었다. 직원들 몇이 립스틱을 접고 있었다. 우리는 그때에 앉았던 자리로 갔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서인지 바다가 참 깨끗했다. 오늘은 진한 커피를 시켰다. 정양도 같은 걸로 했다. 향긋한 커피 냄새가 코를 찌른다. 커피를 입가에 대고 살며시 들이마실 때 향과 더불어 입안에 젖어드는 커피 맛이 연인의 향기와 같았다.


“자기 생각나? 나랑 술을 곤드레만드레 마시던 일말이야.”

“응, 자기 참으로 아름다웠어.”

“그날 난 자기랑 깊이 관계하고픈 마음이 들었던 것 말이야.”

“글쎄, 나도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았어. 용기가 없었지만…….”

“정말 자기도 그랬다 말이야? 나랑 관계를 갖고 싶었어?”

“…….”


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부끄럽기 때문일까? 아니면 채면?


“자기는 너무 고상한 사람이야. 나 같은 천한 계집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 자기의 그런 면을 부러워하지. 나도 한 땐 그랬으니깐. 그러나 지금은 달라.”

“무슨 소리야, 난 자기를 한 번도 그런 여자로 생각한 적이 없어.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 왜 그렇게 생각을 안 해.”

“글쎄, 자기가 술 취해 왔을 때 난 벌써 자기도 똑같은 남자라는 걸 알았지.”

“내가 술 취한 것은 단순히 마음이 울적한 것 때문이야. 자기를 잃어버린 듯해서 말이야.”

“정말 날 사랑한다는 거야.”

“물론, 난 한 번도 여자를 사귄 적이 없었어. 자기가 처음 여자란 말이야. 그리고 난 쉽게 사람을 사귀지 못하지만 언제나 진실한 관계를 좋아해. 자기와도 마찬가지였어.”

“저도 한때에 수많은 남자들을 대해 왔지만 자기처럼 진실한 사람은 처음이야. 나도 모르게 자기를 좋아하게 됐어. 하지만 우린 신분이 달라.”

“무슨 소리, 신분이라니. 요즘에 무슨 신분이 있어. 다 헛된 거야. 잘은 몰라도 사람 사는 것 똑같아. 스스로 자신을 비약하지 마. 오늘 내가 자기랑 함께 있고 싶은 것은 제대를 앞두고 자기와 약속을 받으려고 한 것이야.”

“약속이라니?”

“이젠 나도 자유인이 되고 내 생활을 만들어가야지. 그러자면 함께 할 동반자가 필요해. 나를 이해하고 어려움을 같이 이겨낼 동반자 말이야. 난 자기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우린 서로 사랑하고 있잖아. 그래서 난 자기의 약속을 받고 싶어.”

“결혼하자는 거?”

“응, 자기랑 결혼하기를 원해. 지금은 어렵지만 곧 다시 자기를 찾을 때에는 우리 결혼한다고 약속해 줘.”


그녀는 내 말을 듣자 웃었다. 나는 그녀가 왜 웃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내 말을 알아들었을 거라고 믿고 싶다.


“난 결혼할 수 없어.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을 거야.”

“뭐가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이처럼 우린 서로를 사랑하잖아.”

“결혼은 사랑만으로 되는 것이 아냐. 자기는 너무 단순해.”

“단순하다니? 나도 많은 생각을 했어.”

“거봐 많은 생각을 했다니. 우린 이대로가 좋아. 잠시 서로 좋아했다는 추억만으로도 만족해.”

“난 자기를 놓질 수 없어. 과거가 무슨 문제가 돼.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이라고.”

“글쎄, 자기가 우릴 얼마나 이해해?”

“성경에 호세아란 선지자가 있었어. 그는 하나님의 명령으로 사창가에 사는 여인을 택해 결혼했어. 그녀가 다시 사창가로 갔을 때도 무조건 데려와 같이 살았어. 난 이 구절은 많이 생각했지. 단순히 동정심으로 결혼하는 것이 아냐. 난 진심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거야. 자기를 사랑하는 것도 단순한 감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진정한 사랑을 알았기에 자기를 사랑하게 된 거야. 난 자기를 참으로 사랑하고 있어. 더 이상 자기는 이런 곳에서 생활해서는 안 돼. 자기도 다른 사람처럼 행복한 삶을 살 권리가 있는 거야.”

“호세아 선지자? 자기가 뭐, 선지자나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하나님을 저주해. 이런 꼴이 된 것이 내 죄란 말이야? 그리고 자기의 신성시하는 말투에 난 신물이 날 정도야.”

“정양, 왜 갑자기 이렇게 돌발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야. 날 믿어 줘!”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정말 그녀는 날 사랑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혼에 대해서는 매우 강하게 부정하려고 할까? 나는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니 더욱 그녀와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녀는 고향 사람이라고 하는 한 경찰관 하고도 정사를 가졌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난 그녀를 사랑했다. 호세아 선지자가 창녀였던 아내를 무조건 사랑한 것처럼 나도 그녀를 그렇게 사랑하리라 생각하였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닷가라 그런지 날씨가 좀 추었다. 그녀와 난 에덴 힐에서 나와 해변을 걸었다. 그녀는 더욱 내 몸에 자기를 의지하려는 듯 안겨들었다.


“자기는 참 좋은 사람이야. 세상 사람들이 자기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은 다 같은 거야. 좋은 사람도 분노하고 탐욕도 있어. 누가 선하고 악한가. 하늘에서 보면 다 똑같은 것이라고. 나라고 성인 분자인 줄 알면 큰 오산이야. 단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 밖에 없어.”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 사람만 사랑하고 산다는 것은 복중에 복이야.”

“자기,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그렇게 지나쳐 가는 것이야. 스쳐 지나간 선이 다시 만날 때에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고 하다가 지나가 버리는 것이 인생인 거야.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 있어. 만났을 때에 사랑하고 행복을 누리고 사는 거야. 자기는 그것을 뿌리치려고 해.”

“자기는 몰라. 왜 결혼할 수 없는지…….”


그녀는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는 말을 내게 했다. 우리는 해변에 발자국만을 남긴 채 걷고 걸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나는 바빴다. 박 병장과 예비군복을 갈아입고 일찍이 본부로 갔다. 김 대위로부터 제대 명령서를 받아 들고 대장님께 제대 신고를 했다. 그동안 나라를 위해 수고했다면서 대장은 우리에게 악수를 청했다. 우린 거수경례를 하고 대장 실을 나왔다. 나중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나는 박 병장과는 헤어졌다. 나는 바로 길 다방으로 갔다. 마지막 그녀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녀는 자리에 없었다. 난 창가에 내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마담과 조양에게 그동안 고마움을 표하고 나왔다. 조양이 내게 정양 언니가 권 병장이 오면 주라고 했다면서 쪽지를 내게 주었다. 나는 뭔가 허전했다.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면서 계속 창가에 흘러가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군 생활의 추억들을 뒤로하면서 나는 조양이 준 쪽지를 펴 들었다. 또박또박 쓴 글을 읽어 갔다.


“사랑하는 권 병장님,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권 병장의 사랑과 훈훈한 마음에 감사를 드려요. 삭막했던 제 마음이 권 병장과 함께 하는 동안에 평온해졌고 세상을 살아갈 의미도 찾았어요. 이제 제 곁을 떠나가는 권 병장을 생각하면서 남은 저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 갈 거예요. 지난번 결혼을 청원했을 때 저도 마음이 많이 흔들렸어요. 권 병장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를 아시겠어요? 제가 그날에 직접 말씀드리기 어려워 이렇게 글로 제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살아온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신 건 알아요. 하지만 저 같은 처지에 있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죠. 일시적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용서치 못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한동안은 결혼생활이 재미있을지 몰라요. 그러나 이런 길로 간 여자로서 전 자신이 없어요. 현모양처가 될 자신이 없어요. 웬 줄 아셔요? 철새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것처럼 저희도 한 남자에게 정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남자를 안 여자가 어떻게 한 남자만으로 만족하겠어요? 성욕이란 이성으로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지요. 남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자들도 어느 날 갑자기 성욕이 그리워질 때가 있는 거예요. 더욱이 남자의 맛을 느낀 여자라면 더욱 억제하기 힘들어져요. 결국 권 병장에게 불행만을 남겨주게 될 것이라 생각해요. 물고기는 물에서 살아야 한다고 하듯이 저도 그런 여자예요. 마음은 아프지만 권 병장의 청원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어요. 정말 미안해요. 훗날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옛 추억을 생각하며 이야기해요. 저도 이제 새 삶을 살아갈 거예요. 언제나 좋은 분을 만나서 행복하시기를 빌겠어요. 영원히 사랑하는 숙명 드림.”


기차가 서울 역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정양의 편지를 읽고 또 읽고 했다. 편지에는 그녀의 눈물 자국이 있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나는 메어오는 아픔을 억누르고 그녀의 글을 생각하면서 서울 역을 빠져나왔다.

나는 3년이 지나서 직장에 휴가를 내어 기차를 타고 길 다방을 찾아갔다. 정양은 없었다. 박 양만이 여전히 길 다방에 근무하고 있었다. 내가 제대한 후에 정양은 웃음을 잃은 체 지내다가 어느 날 고향으로 간다고 하며 그만두었다고 한다. 조양은 성병에 걸려 심해지자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편지에는 결혼할 수 없다고 했지만 내가 좀 더 강력하게 밀고 나갔더라면 그녀는 나와 결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또 한 번 증오하게 되었다. 결국 나도 위선자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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