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생각을 담다]
할머니의 뒷모습은 어느 때보다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언젠가 말하려던 것이었고, 늘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던 것이었지만,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막상 할머니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참으며, 할머니는 그래도 다시 힘을 내서 시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한창 젊은 나이(43세)에 죽음을 준비하는 딸! 그리고 딸이 떠난 후 홀로 흘릴 늙은 어머니의 눈물! 어느덧 내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였다. 붉어진 눈으로 잔인한 죽음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할머니가 힘들게 내딛던 걸음을 멈추더니 두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애써 참던 슬픔이 북받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할머니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힘내세요.”
“우리 딸, 우리 막둥이 딸, 어쩌다 그렇게 아파서…….”
할머니는 한참을 흐느꼈다.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속절없이 흐느끼는 할머니의 어깨를 다독거리다, 멈추지 않고 내리는 함박눈 탓에 어느덧 두 손이 시려 왔다. 그 두 손을, 할머니가 이내 꼭 잡았다. 그러더니 눈물을 닦고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우리 딸, 먼저 가도 난 괜찮아요. 천국에서 다시 만날 거라는 소망이 있으니까. 저렇게 아픈 몸! 잠깐 먼저 쉬는 것뿐이니까…”
(월간 시조 2013년 1월호/ 조현정의 글)
어찌 눈물을 멈추겠는가? 먼저 가는 딸은 엄마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DNR(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말라고 의사에 부탁하였고, 나중에 알게 된 할머니는 딸이 원하는 대로 하라 하셨지만 돌아서서 눈물을 한 없이 흘리시는 모습을 보고도 어찌 눈물을 멈추겠는가?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인간에게 준 유일한 어머니의 사랑이 아닐까? 이 눈물과 어머니의 사랑은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생명의 소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