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생각을 담다]
누군가의 관계에서 자꾸 의존적이 되고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힘이 드는 경우, 그 심리적인 배경에는 어릴 적 성장과정의 경험이 상당한 작용을 하는 때가 있다. 독립적인 자아가 생기기 전 너무 일찍 부모와 떨어져 자랐거나 부모나 사랑하던 대상과 억지로 생이별을 한 경우에 생긴 분리불안증은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을 통해 채우려고 하는 결핍의 욕구가 강할수록 거리감 유지가 힘이 든다. 그런 쏠림의 감정은 쉽게 질투를 불러와 집중된 사람 외에는 여러 사람과 원만한 관계 유지에 힘이 들게 한다.
자신이 붙들고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대상이 언제나 그 자리에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불안증은 치유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진정한 거리 감각은 서로를 위한 깊은 배려 속에서 생겨나고, 그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때 관계의 진실한 열매가 맺힌다. 나무와 나무처럼, 현과 현처럼 가을엔 미학적 거리에 있는 것들이 아름답다.
(월간 가정과 건강. 2012.11월호)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및 식물에도 거리 유지함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주는지 알아야 한다. 하물며 물질의 입자 간에도 역시 거리 유지가 중요하다. 더욱이 의식하는 인간에게야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이러한 거리 유지함이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주는 것이라 보니 '미학적 거리'라는 말이 너무나 다가온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때에 평안과 삶의 힘이 솟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 간에 거리 유지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상처를 많은 사람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애정에 대한 메마름이거나 비틀림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나치게 구속하는 관계나 무관심의 관계는 더욱 거리 유지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지나친 관계를 갖게 하지 않는지 모른다. 건강한 인간의 관계란 거리 유지를 적절히 하는 관계일 것이다. 그러함을 동물이나 식물에서 배울 수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미학적 거리감이 있는 풍경이 아닐까 생각된다. 도시에서도 미학적 거리감이 있을 아름다운 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