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철학교수를 만나다.

[소라 섬 소녀 이야기 편]

by trustwons

55. 철학교수를 만나다.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한 소녀는 어찌 된 일인지 일찍 일어났다. 아직 달은 지지 않았다. 창가에서 조금 멀리 물러나 있었을 뿐이었다. 소녀는 다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달을 찾으려고 창밖을 살피고 있었다. 그때에 소녀의 귀에 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일찍 일어났구나. 날 찾고 있니?”


소녀는 깜짝 놀란 듯, 아니 자신의 속마음이 들킨 듯 몸을 움찔했다. 그리고 창문에 바싹 얼굴을 대고는 하늘 끝을 바라보았다. 멀리 구름들과 어울려 있는 달을 소녀는 발견하였다. 왜 소녀는 일찍 일어나 달을 먼저 찾았을까? 사실 소녀는 간밤에 단잠을 잘고 있을 때에 소녀의 꿈속에서 달과 함께 소라 섬을 거닐었던 것이 생각이 났던 것이다. 달을 발견하고서야 소녀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나를 홀로 두지 마라! 네가 내 곁에 없으면 나는 왠지 쓸쓸한 마음을 종잡을 수가 없어! 알았지?”

“난 항상 네 옆에 있었어! 네가 날 잊은 거지.”

“그랬구나, 미안하다. 앞으로는 자주 널 찾으마.”


소녀는 물끄러미 달을 쳐다보면서 마음이 안정이 되었는지, 어제 교수와 대화를 나누었던 것을 되새겨보며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그때에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녀는 생각에서 깨어나 문 쪽으로 갔다. 그리고 소녀가 문을 열었을 때에 문 앞에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고 있는 지아(Gia)가 있었다.


“웬일이니? 이른 아침에…….”

“꿈에서 널 보았거든……. 무슨 일인가 해서 말이야.”

“일단 들어와! 무슨 꿈인데?”


소녀는 지아를 들어오라고 하면서 지아의 꿈이 궁금해졌다. 지아는 침대 위에 앉으면서 소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학교 캠퍼스를 걸어가고 있는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동상이 보이는 거야. 그래서 뭐지 하고 가까이 가보니깐 동상의 얼굴이 남자가 아니고 네 얼굴이었어. 깜짝 놀라서 깼지. 궁금하지 않니?”

“그러네. 요즘 내가 생각이 많거든…….”

“그래? 그래서 내 꿈에서 로댕의 생각하는 동상으로 나타난 거구나.”

“재밌네! 내가 생각하는 동상이라니…….”


소녀는 지아의 꿈 이야기를 듣고는 허탈하게 웃었다. 지아도 웃기지 하는 듯 따라 웃었다.


“그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니? 동상처럼 말이야.”

“응, 어제 교수님과 대화를 가졌어. 내게 과제물을 내주셨는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야.” “무슨 과제인데?”

“내가 무엇을 알려고 하는지를 정리해서 내라는 거야.”

“그래, 맞아. 네가 뭘 공부하려는지 나도 잘 모르겠더라!”

“아니, 그동안 나랑 많은 대화를 했는데도 모르겠어? 교수님도 그런 뜻으로 말씀하신 것 같아~”

“그래, 교수님이 잘 보셨네. 넌 물리학과에 있지만, 물리인지 철학인지 아리송하더라!”

“그래? 나도 그래~ 세상에는 너무 책들이 많아! 이해도 안 되고…….”

“넌 너무 욕심이 많은 거 아냐? 어찌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으려고 생각해?”

“궁금한 걸 어떡해?”

“먼저 네가 아는 것부터 정리해 봐!”

“아는 것부터?”

“그래~”


소녀는 지아의 명쾌한 말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일단 아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을 한 소녀는 지아와 함께 식당으로 내려갔다. 소녀와 지아는 식당에 일찍 내려왔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벌써 많은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소녀는 지아와 함께 아침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때에 소녀는 지아에게 말을 했다.


“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되니?”

“없어. 쉬면서 정리할까 해!”

“잘됐다. 나랑 철학과 교수님을 찾아갈까? 며칠 전에 공개토론회가 있었잖아~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 같이 가자!”

“음……. 그럴까?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나랑은 상관없는 분야이긴 하지만 말이야.”

“왜 상관이 없니? 같이 들어보자~”


소녀는 지아와 함께 철학과 교수를 찾아갔다. 마침 교수님이 계셨다. 소녀와 지아가 찾아오자 교수님은 놀라면서도 흔쾌히 시간을 내주셨다. 지난 공개토론회에서 있었던 주제는 ‘의무론과 의지론’에 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 소녀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과 의문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교수를 찾아 나섰던 것이다.


“교수님! 칸트의 철학은 너무 어려워요. 의무론에 대해 정확히 이해가 안 되어요. 의무에 대한 단어조차도 정확히 이해가 안 가요.”

“이렇게 찾아와서 배우겠다는 것부터 훌륭해요.”


소녀 옆에 같이 앉아 있는 지아도 궁금해졌다. 사실 철학은 너무 어렵다고 생각되어 멀리해 왔던 것이 지아였다. 소녀는 노트북을 열어놓고 교수님께 집중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의 소녀를 바라본 교수님은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말씀을 하셨다.


“먼저 의무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나눠보기로 하지요.”

“의무란 사람으로서 해야 할 바를 가리킨다고 인터넷 사전에서는 설명해 주고 있어요.”

“그렇지, 사람이라면 사람으로서 해야 할 것을 지켜야 한다는 셈이지요?”

“네.”

“그럼 무엇이 의무에 해당할까요?”

“잘 모르겠어요.”

“일단 의무에 대한 종류를 생각해보지요.”

“인터넷에서는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어요. 도덕적 의무, 종교적 의무, 그리고 법적 의무로 설명해주고 있어요.”

“좋아요. 역시 소라리자는 똑똑하군요.”

“아니에요. 저는 다만 책과 인터넷에서 그 답을 찾아보았을 뿐이에요.”

“그럼, 칸트의 의무론은 어떤 종류의 의무를 말했다고 생각되지요?”


소녀는 열심히 노트북에서 칸트에 대한 자료를 살피다가 말했다.


“칸트의 의무론은 아마도 도덕적 의무에 관련이 깊은 것 같아요.”

“그렇지요, 칸트는 인간의 이성을 두 가지로 분리해서 말하고 있지요. 순수 이성과 실천 이성으로 나누고 있지요.”

“네, 여기서 이성은 무엇인가요?”

“음……. 이성(reason)이란 동향에서는 이성(理性)으로 표현했으며 이(理)는 다스리다, 구별하다를 의미하고, 성(性)은 생명, 본질, 본성, 성품을 의미하여 이성을 다스리고 구별하는 성품 또는 본성이라고 말하지요. 그리고 라틴어로는 라티오(ratio)로써, 일반적으로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의미로써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는 특유의 뛰어난 능력, 분별할 수 있는 힘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러지요. 사물에 대한 이치와 원리를 알아내는 힘. 또는 본능과 충동과 욕망에 좌우되지 않는 의지. 그리고 올바르게 사물을 이해하는 능력 등등을 말하지요.”

“그러면 사람이 생각하고 말하고 하는 것도 이성에서 나온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요. 인간이 말하고 생각하고 하는 것을 이성에서 온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것을 칸트는 순수 이성이라고 말한 것이지요."

“그러니깐, 칸트는 그 당시 유럽에서는 자연론적 인간관에 대한 비판으로써 순수 이성 비판을 말한 것이네요?”

“그렇지, 정확히 지적을 했어요. 그래서 순수 이성이라는 용어를 칸트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이지요. 칸트는 이성을 순수 이성과 실천이성으로 구별했다가 나중에는 판단력 이성까지 추가해서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네, 그래서 칸트는 순수 이성 비판과 실천이성 비판 그리고 판단력 이성이라는 이론을 쓴 것이네요?”

“맞아요. 조금씩 이해가 가지요?”

“네. 그러나 칸트는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도덕적 이성으로 해석을 한 것이네요?”

“그럼, 소라리자는 어떻게 생각을 하지요?”


소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교수님이 소녀의 생각을 물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소녀는 어떻게 말해야 하나 잠깐 고민을 했다. 소녀의 옆에서 지켜보단 지아도 소녀가 무슨 말을 할까 매우 궁금한 표정으로 소라리자를 쳐다보았다. 교수님은 서두르지 않으시고 기다리셨다.


“네, 저는 작은 섬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저는 섬과 바다 그리고 하늘에 해와 달과 별과 함께 자랐어요. 그리고 저는 할아버지가 들려주시고 가르쳐주신 성경책을 통해서 자연을 이해하려고 했어요.”

“그랬군요. 많이 외로웠겠어요. 다른 친구들은 없었나요?‘

“자매 교회의 친구들이 있었지만, 저는 언제나 섬에서 혼자 지내는 일이 많았어요.”

“혼자서……. 어떻게 시간을 보냈지요?”

“저는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바닷가 해변으로 달려갔어요. 그리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지요.”

“하루의 시작을 해를 보는 것이라…….”

“그냥 해를 보는 것이 아니에요. 거기서 저는 해와 대화를 나눠요. 밤에는 달하고도 대화를 나누고요. 그뿐 아니에요. 섬에 있는 자연들은 저의 친구들이지요.”

“뭐라? 해와 달과 대화를 한다고? 어떻게?”

“내적 소리지요. 아니 귀로도 듣지요.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소크라테스와 석가도 아니 수도승들도 내적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 것을 책으로도 읽었어요.”

“음, 그렇다고 그들의 책에서 말하지……. 그런데 지금 내 앞에 그런 사람이 있다니 놀랍네요.”

“어젯밤에도 새벽에도 달과 대화를 했거든요.”

“뭐라고?”

“제가 이반 교수님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거든요.”

“그래서?”

“마음이 시원하기도 하면서 안정이 되지 않았었는데, 달은 제게 용기를 주었어요. 그리고 다른 교수들과도 대화를 하게 될 거라고 했어요.”

“오! 다른 교수들과도 대화를 하게 된다고? 정말 신기한 일이네요.”

“저에게는 항상 있는 일이에요.”

“항상 있는 일이라……. 그래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어떻게 생각하지요?”

“저는 영적 세계라고 생각을 해요. 인간은 육과 영으로 되었다고 믿거든요. 인간은 다른 동물처럼 자연론적 존재에서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저는 성경에 기록된 창조론적 존재로도 믿고 있어요. 그래서 인간은 흙으로 지어졌지만, 신의 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들은 내적 영의 활동이라고 보아지거든요. 그것을 성경에는 자유의지라고 해요. 칸트 선생이 말하는 이성이라고도 생각해요.”

“오~ 이성이 아니라 영이라……. 신학적 용어가 나오는군요. 좀 더 얘기해줄 수 있겠어요?”

“네, 저는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믿어요. 아니 아버지라고 불러요. 항상 제 곁에 계시거든요. 그래서 인간은 하나님의 영을 소유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칸트 선생께서 자연론적 인간관을 비판한 것은 옳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나 그 당시에 인간을 자연론적 인간관으로 보게 된 것에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해요. 그리고 도덕적 이성만을 강조하는 것도 많은 의문을 가지게 한다고 생각을 해요.”

“음, 소라리자는 칸트 철학을 어느 정도 알고 있군요. 그래서 내게 찾아온 것이군.”

“죄송합니다. 저는 단지 제가 제대로 생각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그런 태도는 좋아요. 누구나 자기의 생각만이 옳다고 하는 독선적 사고는 위험하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섬에 있을 때에는 해와 달을 바라보면서 저는 객관적 생각을 가질 수 있어요. 그리고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서도 제 자신의 생각을 검증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나를 찾아온 거군요. 소라리자의 생각을 검증하려고요.”


교수님은 웃으시면서 소녀의 그러한 태도를 훌륭하게 보시고 계셨다. 소녀는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소녀는 교수님의 시간을 많이 빼앗았다고 생각을 하며 죄송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지아도 소녀와 교수님과 대화를 하는 것을 듣는데 지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을 한 지아는 소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소녀는 꿈질하면서 눈치를 챘다.


“교수님, 제가 교수님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은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아니네,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네. 오늘은 여기까지 나누고 다시 기회를 주게나. 소라리자!”

“네, 감사합니다. 다시 뵙고 싶어요.”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님께 크게 인사를 했다. 교수님도 일어나서 소녀의 손을 잡아주면서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하시며 자신의 명함을 소녀에게 주었다. 소녀는 노트북을 접고 가방에 넣으면서 지아와 함께 교수님께 인사를 하고는 교수실을 나왔다. 지아는 소녀의 대단한 열정에 감탄을 하여 소녀에게 몸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서 건물 밖으로 나왔다. 지아는 햇살을 받으며 함께 걸어가고 있는 소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과 대화하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너의 진지함에 난 반했어!”

“고마워~ 하지만 충분한 대화를 하지 못했어! 왠지 모르게 교수님께 결례가 되는지, 한편 마음이 떨렸거든…….”

“내가 보아도 넌 매우 긴장하고 있더라!”

“이반 교수님과는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왜 긴장이 되지?”

“네가 많이 조급했구나? 철학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한 거 아니야!”

“근데, 대화 중에 내 마음속에서는 칸트 선생이 인본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인본주의? 어째서?”

“칸트 선생은 인간의 내적 세계를 도덕적 이성과 실천적 이성과 판단력의 이성으로 구별 지었어. 즉 그분은 새로운 관념의 틀을 만들어 놓으신 거야.”

“관념의 틀이라니?”

“그러니깐 인간의 내적 세계, 즉 자유의지에서 오는 의식들을 제한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제한되는데?”

“즉 이성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그 의미가 매우 넓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성을 세 가지로 한정 지어버리면, 그 이성의 폭이 좁아져 세 가지로만 인식하게 된다는 것을 말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다. 이성에 대한 의미론을 정해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지?”

“그거야! 내가 알고 싶은 인간들의 의식세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형성되는지 말이야.”

“야~ 넌 물리학을 공부할 게 아니라 철학을 공부했어야 됐어!”

“몰라! 그래도 이반 교수님은 나를 이해하려고 그리고 도와주시려고 하셔.”

“그래서 물리학과에 있는 거구나!”

“응.”

keyword
작가의 이전글훈이의 쉰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