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동화 편]
앞을 볼 수 없는 옥이는 나이가 다섯 살이었다. 옥이가 백일이 되었을 때였다. 집에 불이나고 말았다. 엄마는 아기를 안고 집 밖으로 뛰쳐나올 때에 뜨거운 열에 의해 아기의 눈이 상하게 되었다. 엄마의 품에 있었던 아기가 앞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아무도 몰라었다. 일 년이 지나고 나서야 엄마는 아기가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제나 생긋 웃는 옥이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다섯 살이 된 옥이는 자신이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모른다. 옥이 엄마는 앞을 보지 못하는 옥이를 극진히 사랑하고 아꼈다. 엄마는 보지 못하는 옥에게 물건을 알 수 있도록 세심하게 가르쳤다. 옥이는 뜨거운 밥과 국에 손을 대지 않고 가까이하여 손에 느끼는 열을 통해 얼마나 뜨거운지를 알고는 조심스럽게 숟가락으로 밥을 먹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잘 기억하고는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조심스럽게 스스로 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추운 겨울에 옥이는 하얀 눈이 내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옥이는 사람들이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옥이는 하얀 눈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옥이는 살며시 창문을 열고 얼굴을 밖으로 내밀었다. 찬 바람이 옥이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날아드는 눈이 옥이의 얼굴에 닿았다. 옥이는 손을 내밀어 눈을 만져보았다. 그리고 입을 벌리고 눈을 먹어보았다. 옥이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눈을 느끼며 생긋 웃었다. 옥이는 손을 벌리고 내리는 눈을 받았다. 옥이는 손에 가득한 눈을 오밀조밀 만지며 소리쳤다.
"아~ 눈이네!"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를 듣고는 옥이는 집 밖으로 나왔다. 담장에 쌓인 눈을 옥이는 만져보았다. 보드랍고 차가운 눈을 옥이는 얼굴에 비비고는 가만히 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옥이야! 눈은 하얗단다. 알지? 네가 엄마 배속에 있을 때 보았던 빛처럼 말이다."
옥이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는 두 팔을 벌리고 마당을 빙빙 돌았다. 옥이의 얼굴에 하연 눈이 내리고 사르르 녹는 것을 옥이는 느끼고는 미소를 지었다. 옥이는 얼굴을 하늘로 향한 채로 입술 위에 떨어지는 눈을 혀로 홡으며 너무나 행복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