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섬 소녀 이야기]
아침 해가 해면을 열고 떠올랐다. 어둠이 사라지고 밝은 날이 찾아왔다. 등대의 집에서 자고 있는 소녀들은 아직도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해가 바다 끝에서 소녀들이 일어나라고 햇빛을 길게 뻗어 등대 집 안에 비추었다. 노라가 제일 먼저 눈을 떴다. 그리고 창문으로 다가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갈매기들이 소라 섬 주변을 날고 있었다. 그중에 한 갈매기가 등대 집의 창문가로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 끼룩끼룩하고 울었다. 그러자 소녀는 눈을 뜨자 침대 위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소녀는 창문 쪽을 쳐다보았다. 노라가 창문가에 홀로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노라야, 언제 일어났어? 조금 전에 갈매기 울음소리를 들었다.”
“응, 좀 됐어. 갈매기 한 마리가 창가에 와서 울었어. 아직 창가에 있어.”
“그래?”
소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갈매기는 소녀 앞으로 왔다. 소녀가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자 갈매기는 소녀의 손 위에 앉았다. 옆에서 보고 있던 노라는 조심스럽게 소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소녀는 갈매기가 앉아 있는 손을 노라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노라에게 말했다.
“너도 손을 내밀어봐. 와서 앉을 거야.”
노라는 소녀의 말대로 했다. 그러자 갈매기가 노라의 손 위로 옮겨 왔다. 노라는 움찔했다가 침착해졌다. 그리고 노라는 갈매기를 눈앞에서 자세히 바라보게 되다니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에 소피아와 엠마가 깨어 일어났다.
“모두 안녕! 잘 잤니? 좋은 아침이다.”
그러자 갈매기는 후르르 날아갔다. 노라는 뒤돌아보며 말했다.
“뭐야, 늦게 일어나면서 요란스럽게 소리치니? 갈매기가 날아갔잖아~”
“뭐? 갈매기가 날아가다니……. 바닷가에는 당연한 거잖아!”
소피아가 맞장구치며 노라 쪽으로 다가왔다. 뒤따라 엠마도 왔다. 그리고 소피아와 엠마는 창밖을 살폈다. 노라가 말했다.
“조금 전만 해도 내 손에 갈매기가 앉아 있었거든.”
“뭐? 조금 전에 네 손에 갈매기가 와 앉았다고? 잠이 덜 깬 거 아냐?”
“진짜야~ 소라리자에게 물어봐!”
소녀는 자연스럽게 갈매기들은 내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갈매기가 네 친구라고? 네가 늘 하던 말이 진짜였구나.”
소녀는 다시 창밖으로 손을 내밀며 흔들었다. 그러자 갈매기들이 몰려왔다. 소피아와 엠마는 황당하다는 듯이 창밖을 주시해 보고 있었다. 갈매기들이 합창을 하듯이 끼룩끼룩 요란하게 울어댔다. 소피아와 엠마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노라와 소녀는 웃었다.
“뭐하니? 애들아~ 왜 이렇게 시끄럽니?”
엘리자와 소피아의 어머니가 등대 집으로 올라오셨다. 소녀와 엠마와 소피아와 노라는 합창하듯이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그래, 그래. 지금이 몇 시인 줄 아니? 아침식사해야지.”
“네!”
소녀와 친구들은 또 한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을 했다. 소피아의 어머니는 침대 주변을 다니시며 들러보셨다. 엘리자는 소녀와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침부터 신났구나.”
“그럼요. 갈매기들이 여기에 왔었어요. 저기 창가예요.”
엠마가 창문 쪽으로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엘리자와 소피아의 어머니는 반사적으로 엠마의 손이 가리킨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에는 이미 갈매기들이 날아간 후였다.
“어디 갈매기가 있다는 거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데…….”
엘리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가자고 했다. 소녀와 친구들은 엘리자와 소피아의 어머니를 따라 등대 집에서 내려왔다. 소녀와 친구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식사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침 일찍이 자매 섬에서 교회 권사님 두 분이 오셨다. 두 권사님은 할머니와 함께 아침 식사 준비를 하셨던 것이다. 엘리자와 소피아의 어머니는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는 집안을 정리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보러 등대 집으로 올라왔던 것이었다. 엘리자와 소피아의 어머니가 소녀와 친구들을 데리고 내려왔을 때에는 마루 위에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모두들 마루 위로 올라가서 식탁 주변에 둘러앉았다. 소녀는 대표로 수고하신 두 권사님께 말했다.
“권사님,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주셔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친구들에게 영어로 말해주었다. 친구들도 합창으로 간단하게 인사를 했다.
“맛있게 먹습니다!”
할머니와 권사님들이 웃으시면서 맛있게 식사하라고 손짓을 했다. 엘리자와 소피아의 어머니도 감사하다고 영어로 말했다. 할머니는 매우 기뻐하셨다. 늘 소녀와 둘이서만 식사를 해 왔었는데, 오늘은 많은 사람들과 풍성한 음식들을 같이 식사를 하게 되어 할머니는 기쁘신 것이다. 다양한 음식들이 상 위에 가득했다. 미역국, 간장게장, 해물 어묵탕, 오징어볶음, 갈치구이, 새우튀김, 고등어조림, 생선회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와 김치와 오이지와 시원한 물김치 등이 식탁 위에 차려져 있었다. 엘리자와 소피아의 어머니는 감탄해 눈이 동그래졌다. 소녀의 친구들은 감탄의 함성을 질렀다.
“와~ 바다음식이다.”
소녀의 친구들은 손짓을 하며, "이건 뭐야? 저건 뭐야?" 라고 해서 소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애들아, 가만가만……. 내가 하나씩 설명해 줄게.”
소녀는 음식들의 이름이랑 재료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소녀의 친구들은 너무나 맛있게 식사를 했다. 특히 소피아의 어머니는 소피아를 바라보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셨다. 소피아는 시드니에 살면서 해물 음식보다 육류를 더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기 와서 친구들과 맛있게 먹는 것을 보시고 만족해하셨다. 엘리자도 소라리자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기뻐했다. 즐거운 아침식사를 마치고 소녀는 친구들은 데리고 집을 나와 부두를 지나 해변으로 갔다. 소녀가 아침마다 찾아오는 해변이었다. 해변에 도착한 소녀의 친구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때에 엠마가 말을 했다.
“소라리자, 여기가 네가 늘 말하던 곳이니?”
“응, 나의 유일한 해변이야. 어때?”
“뭐 해변이라고 하긴 너무 작잖니? 마당이라고나 할까?”
노라가 실망해서 말한 것은 아니었다. 노라는 소라리자가 혼자서 지내는 곳이라는 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소피아도 얼굴을 고정한 채로 눈동자만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실망했지? 큰 해변은 아니지!”
“그래도 아기자기 한 편이다. 혼자 놀기엔 딱 좋아.”
엠마는 성큼 모래사장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에 노라와 소피아도 엠마의 뒤를 따라갔다. 소녀는 친구들을 앞질러 뛰어가며 밀려오는 파도에 발을 담갔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소녀는 손짓을 했다. 엠마가 먼저 뛰어가고 다음은 노라와 소피아가 따라 뛰어갔다. 밀려오는 파도를 두 발로 밟고 하며 신나게 놀았다. 잠시 그렇게 뛰어놀았다. 소녀는 모래 위로 와서 모래성을 만들기 시작했다. 엠마도 노라도 소피아도 따라와 옆에서 모래성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에 소피아가 말했다.
“우리 누가 모래성을 잘 만들었는지 시합할까?”
“좋아!”
소녀와 친구들은 열심히 모래성을 만들고 있었다. 소녀는 평소처럼 모래성을 만들었다. 그리고 성의 지붕을 소라껍데기를 주어와 씌웠다. 힐끗 소녀의 모래성을 보던 엠마는 일어나 조개를 주우러 갔다. 노라도 소피아도 일어나는 엠마를 바라보다가 소라리자가 만든 모래성을 보았다. 그리고 노라도 소피아도 조개와 소라껍데기를 주우러 갔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멋진 소라껍데기를 주어온 엠마와 노라와 소피아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모래성의 지붕에 얹었다. 그리고 서로 모래성들을 비교하고 있었다. 엠마의 모래성이 가장 컸다. 소피아는 모래성 주위에 모래 성벽을 만들었다. 노라는 쌍 모래성을 쌓았다. 그러나 소녀의 모래성은 아담하고 귀여워 보였다. 서로 자기가 만든 모래성에 대해 자랑하며 설명을 했다. 모래성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소녀는 감탄을 했다. 그리고는 노라의 쌍 모래성에 소녀는 손에 들고 있던 조개를 하나 꽂아주었다. 소피아도 역시 노라의 모래성에 조개를 놓았다. 엠마와 노라는 소녀의 모래성에 조개를 꽂았다.
“뭐야? 노라와 소라리자가 동점이잖아.”
소피아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노라의 모래성에 놓은 조개를 소라리자의 모래성에 옮겨놓았다. 그리고 박수를 쳤다. 모두 소녀에게 박수를 쳤다. 소녀는 눈을 크게 뜨고는 친구들을 두루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거 아니잖아~ 어떻게 내가 일등이야?”
“크다고 잘 만든 거 아니지. 쌍 모래성이라고 잘 만든 게 아니야~”
엠마와 소피아와 노라는 박수를 치며 소녀에게 우승을 보냈다. 소녀는 쑥스러웠다. 소녀는 친구들을 바위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바위 사이에 소라껍데기를 주어 소녀는 자기 귀에 대고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나처럼 해봐! 소라로부터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친구들도 바위 사이를 살피고는 소라껍데기를 하나씩 주어 각자 자기 귀에 대었다. 엠마가 말했다.
“아무 소리도 안 나?”
“나도 안 들리는데.”
노라도 그렇게 말했다. 소피아는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고 주변을 살폈다. 그때에 소피아의 어머니와 엘리자가 무엇인가 들고 오는 것을 보았다.
“저기 우리 어머니가 오신다.”
모두 집 쪽으로 바라보니 엘리자와 소피아의 어머니가 손에 뭔가를 잔뜩 들고 해변으로 오고 계셨다. 그리고 해변으로 달려갔다.
“여기서 뭐하고 노니?”
소피아의 어머니가 물었다. 엘리자와 소피아의 어머니는 가져온 튜브와 파라솔과 스노클링 세트와 오리발 물놀이 잠수경 등을 잔뜩 가지고 오셨다. 소녀와 친구들은 이미 해변으로 올 때에 옷 속에 수영복을 입고 왔었다. 엠마는 스노클링 장비를 보자 친구들에게 말했다.
“우리 저것으로 바닷속을 구경하면 어때?”
“그거 좋겠다. 여기 바다는 어떤지 궁금해~”
노라는 흥분된 목소리로 큰소리쳤다. 그리고 노라는 옷을 벗고 수영복 차림을 하고는 스노클링 세트를 받아서 착용을 했다. 소피아도 엠마도 곧 착용을 했다. 그런데 소녀는 당황하여 서 있었다. 노라가 놀라며 소녀에게 말했다
“왜 그래?”
“난 한 번도 이런 거 사용해본 적이 없었어. 불편할 것 같아!”
소녀는 스노클링 장비를 손에 들고만 있었다. 엘리자가 소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말했다.
“왜 그러니? 문제가 있니?”
“아니요. 전 이런 거 해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요.”
“내가 도와줄게.”
엘리자는 소녀를 도와 스노클링을 착용했다. 그리고 사용법을 설명해주었다. 소녀는 마더가 도와주니 그대로 있었다. 친구들 따라 바다로 들어갔다. 엘리자와 소피아의 어머니는 애들이 바다 멀리 헤엄쳐 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소녀와 친구들은 수영을 어느 정도 하는 편이었다. 엠마와 노라 그리고 소피아는 물안경으로 바닷속을 살피며 더 깊이 들어갔다. 반면 소녀는 매우 거북스러워하며 친구들 뒤를 따라갔다. 해변에 있는 엘리자와 소피아의 어머니는 모래사장 위에 파라솔을 펼치고 자리를 깔고 앉았다. 그때에 멀리서 소녀의 할머니가 간식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한 여름이라 햇살이 매우 따가웠다. 엘리자는 할머니가 오시는 것 보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할머니를 향해 갔다. 그리고 할머니 손에 든 간식을 받아 들고 함께 모래사장으로 왔다. 첨벙첨벙 아이들의 모습이 작아져 보였다. 이때에 바닷속을 살피며 앞서 가던 노라가 소리치며 손짓을 했다. 엠마도 소피아도 노라 쪽으로 갔다. 소녀는 천천히 다가갔다.
“여기를 봐! 신기해~ 도시 같아 보여.”
“어디, 어머~ 저것은 모래성처럼 생겼어.”
“여기도 있어, 모래성 같아.”
소녀가 다가왔다. 모두 물안경을 벗고는 수중에 서서 말했다.
“소라리자, 넌 알고 있지?”
“뭘?”
소녀는 시치미를 뗐다. 소녀는 여기가 어디인지 잘 알고 있었다. 엠마가 말했다.
“이거 소라마을 아니니?”
“그래 맞다. 전에 네가 말해줬잖아. 모래성을 파도가 쓸어갔다고…….”
소녀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설명을 해주었다. 친구들은 너무나 신기해했다. 그리고 소라 마을 위를 빙빙 돌며 더 자세히 구경을 했다. 여기저기 소라들이 모래성을 집으로 삼고 주변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소라는 모래성 안에 구멍을 내고는 그 속에 살고 있었다. 소녀의 친구들은 너무나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그래서 떠나지 못하고 소라마을 주위를 돌고 돌면서 재미있어했다. 이때에 노라가 수중카메라를 꺼내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소녀도 친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만족해했다.
소녀와 친구들은 해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할머니가 가져온 간식을 먹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다. 소녀와 친구들은 엘리자와 소피아의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집으로 왔다. 점심을 먹은 후에 소녀는 친구들을 데리고 엄마의 동굴로 갔다. 동굴 안을 본 소녀의 친구들은 눈을 크게 뜬 채로 할 말을 잊었다.
“야~ 여기 너무나 멋지다. 이런 곳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엠마가 감탄하며 부러워 어쩔 줄 모른다. 노라도 소피아도 입을 담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문은 없지만 너무 아늑했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여름을 보내기 딱 좋은 곳이다. 소녀는 소파와 의자들을 챙겨서 동굴 입구 쪽으로 설치를 했다.
“모두 이리 와 앉아~ 오늘 많이 피곤하지 않아?”
소녀의 말을 듣자 엠마가 먼저와 소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이어서 노라와 소피아가 아서 앉았다. 동굴 앞에 바다가 탁 트여서 마음들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이때에 노라가 물었다.
“여기를 어떻게 발견한 거니?”
“내가 발견했다고 하기보다는 돌아가신 친엄마가 어릴 적에 발견했어. 여기 있는 나무책상과 상자 안에는 엄마의 소품들이 들어 있어. 그리고 여기 전등과 마룻바닥과 진열장들은 엘리자 어머니께서 해주신 거야.”
“부럽다~ 오늘 여기서 자면 안 돼?”
소피아가 말했다. 그러자 엠마도 노라도 여기서 자자고 응석 부렸다. 소녀는 할 수 없이 그렇게 하기로 허락했다. 그리고 어두워질 때까지 소녀와 친구들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이런저런 이야기에 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