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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줍는 아이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낙엽 줍는 아이


서울 근교에 성곽 밑에 사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가을이 되면 성벽을 따라 걸어갑니다. 하나 둘 떨어진 낙엽들을 밟으면서 아이는 즐겁게 성벽을 따라 걸어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성벽을 따라 걸어가면서 낙엽을 하나 둘 줍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는 한 닢 두 잎 낙엽을 살피면서 줍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벌레 먹은 낙엽을 골라 주으면서 자세히 살펴보고는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는 주머니 속에 낙엽들을 방바닥에 꺼내어 놓았습니다. 하나 둘 벌레 먹은 낙엽들을 아이는 창가로 들어오는 햇빛에 비추어보며 살펴봅니다. 그리고 아이는 벌레 먹은 낙엽들을 창문에 붙여 놓았습니다. 어떤 낙엽은 벌레가 가장자리만 먹었습니다. 어떤 낙엽은 벌레가 여기 조금 저기 조금 먹었습니다. 아이는 벌레 먹은 낙엽을 유심히 들어다 보고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다음 날도 아이는 성벽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벌레 먹은 낙엽을 하나 둘 줍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는 붉은 낙엽도 주었습니다. 노란 낙엽도 주었습니다. 큰 낙엽도 주었습니다. 아주 작은 낙엽도 주었습니다. 아이는 낙엽을 줍고는 성벽을 돌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주머니 속에서 낙엽들을 방바닥에 꺼내어 놓았습니다. 아이는 벌레 먹은 낙엽들을 집어 들어서 햇빛에 비추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벌레 먹은 낙엽의 모양들을 살피며 즐거워하였습니다. 붉은 낙엽도 노란 낙엽도 갈색빛 낙엽도 햇빛에 비추어가며 즐거워하였습니다. 큰 낙엽으로는 얼굴을 가리고 창문을 향해 고개를 흔들며 재미있어하였습니다. 아주 작은 낙엽으로는 안경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는 장님처럼 방안을 두리번거리며 맴돌았습니다.

아이는 깨끗한 낙엽보다는 벌레 먹은 낙엽을 더 좋아했습니다. 벌레 먹은 낙엽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아이는 벌레 먹은 낙엽들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 둘 벌레 먹은 낙엽들은 먹은 자국마다 다양하였습니다.

아이는 벌레 먹은 낙엽을 귀에 대고는 낙엽 속에 벌레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사각사각, 쓱싹쓱싹, 싹싹... 벌레들이 낙엽을 먹는 소리를 아이는 들으며 즐거워하였습니다. 아이는 낙엽에 벌레가 먹은 자국을 바라보며 벌레가 얼마나 큰 벌레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해가 서산에 기울며 창문으로 비추어 들어오는 은은한 햇빛은 창문에 붙여 놓은 벌레 먹은 낙엽들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아이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릅니다. 그날 밤에 아이는 꿈속에서도 벌레 먹은 낙엽의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작은 벌레가 되어 신나게 노는 꿈을 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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