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생각을 담다]
나는 내가 잊지 못할 무언가를, 그 순간이 지나간 후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마법 같은 무언가를 경험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의 모든 것을 그 순간에 사로 잡혀 있었다. 과거도 미래도 없이, 오로지 그 아침과 음악과 감미로움, 그리고 예기치 못하게 터져 나온 것에 대한 경외와 환희 그리고 감사함을 느꼈다. 눈물이 솟았다. 나와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나는 그녀에게 그날 아침 내 영혼을 평화로 채워준 것에 대하여 뭔가를 선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아침 일과이며, 자기 나름의 기도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래도 선물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그녀는 망설이다가 수도원의 주소를 적어주었다.
다음날 나는 내 책 한 권을 보냈고, 얼마 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 그녀는 편지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날 자신은 한 부부와 삶의 경외와 기적을 나누었고, 영혼이 기쁨으로 충만해진 채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고, 그 작고 소박한 성당, 처녀의 노랫소리, 만물을 채우던 아침 햇살 속에서 나는 신의 위대함을 항상 소박한 것들 안에 감춰져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코엘료 작가는 여행 중에 프랑스 남서부의 아즈레라는 작은 도시, 인근 숲 속 예배당을 찾았다. 성당에서 흘러나오는 기타 소리에 마음이 끌렸다. 고요함 속에 한 여인의 연주와 기도에 그는 눈물을 흘렸고, 영혼의 평화를 얻게 되었다. 도시 속에 소음보다 화려한 무대보다는 이 소박한 곳에서 그와 아내는 한 여인과 함께 하나님과 함께한 아침이었다. 마치 그림을 보는듯한 이야기였다.
여행을 하다 보면 때론 소박한 곳, 단순한 곳에서 감명을 받을 때가 많다. 나는 홀로 산행을 하며 산을 넘고 넘어 깊은 산속에 작은 절을 발견하고 작은 대웅전 같은 곳에 앉아 쉬고 있을 때에 고요 속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로 마음이 편해짐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어릴 적에 혜화동 성당 안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고요 속에 넓은 마룻바닥에 어린 여인이 홀로 앉아 있는 모습에서 평안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 홀로 산길을 걷다가 계곡 속에 잔잔히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어딜 가든지 고요한 곳에는 하나님의 숨결이 머물고 있다고 하는 생각을 자주 해보았다. 이처럼 소박한 곳에서는, 고요한 곳에서는 하나님의 위대함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