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아기
지난 밤중에 눈이 많이 내렸다. 의찬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었다. 세찬 바람이 방 안으로 몰아쳐 들어왔다. 의찬이는 잠시 몸을 떨더니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는 밖을 바라보았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나무 가지마다 하얀 눈으로 옷을 입었다. 장독 위에도, 옆집의 지붕 위에도 하얀 눈으로 덮여있었다. 멀리 보이는 산에도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의찬이는 절로 소리를 질렀다.
"와~ 눈이다. 하얀 눈이다."
의찬이는 급히 옷을 챙겨 입고는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마당에도 하얀 눈이 깔려있었다. 의찬이는 마당을 빙빙 돌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의찬이의 발자국만이 둥글둥글 자국을 남겼다. 의찬이는 대문 밖으로 나왔다. 아직 동네 아이들은 일어나지 않았나 보다. 너무나 고요한 아침이다. 찬이는 하얀 눈길을 이리저리 달리기도 하고 껑충 뛰기도 하며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지붕들이 하얀 모자를 쓴 것처럼 보였다. 의찬이는 터벅터벅 눈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개울에는 하얀 눈이 덮인 사이로 물이 졸졸 흐른다. 개울가 다리에 도달한 의찬이는 길도 보이지 않는 다리 위를 걸어갔다. 의찬이는 손으로 다리의 난간에 쌓인 눈을 쓸어 스치며 걸어갔다. 개울의 눈 속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듣던 의찬이는 어디선가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엉~ 무슨 소리지?"
의찬이는 소라가 나는 쪽으로 살금살금 걸음을 옮겼다. 다리 밑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났다. 의찬이는 급히 다리 밑으로 내려갔다. 누군가가 아기를 버리고 갔나 보다. 아기는 예쁜 포대에 폭 쌓여있는 채 울고 있었다. 의찬이는 한동안 포대에 쌓인 아기가 울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떡하지?"
의찬이는 머뭇거리다가 다가가 앉아서는 아기를 쌓은 포대에 눈들을 쓸어내고 가만히 포대를 풀었다. 아기는 울음을 멈추고는 의찬이를 쳐다보며 생긋 웃었다. 의찬이는 얼떨결에 아기를 다시 이불로 감싸고는 품에 안았다. 그리고 급히 의찬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의찬이 어머니는 일찍 일어나셔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계셨다.
"엄마! 누가 아기를 버렸나 봐?"
"저런, 누가? 아니 네가 어떻게 아기를 데려왔니?"
의찬이 어머니는 뒤돌아보자 당황을 했다. 어머니는 의찬이에게서 아기를 얼른 받아서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의찬이도 어머니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따뜻한 아랫목에 아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기를 감싼 포대를 풀어서 아기를 이불 위에 눕혔다. 생긋 웃는 아기를 보고는 의찬이 어머니도 따라 웃었다.
"어머, 아기 좀 봐라! 어쩜, 생긋 웃는 것 좀 봐!"
"엄마, 귀엽지~ 우리가 키울까?"
"안되지!"
낮에 의찬이와 어머니는 아기를 안고 동회에 찾아갔다. 그리고 발견한 사람과 발견된 장소와 시간을 기록하고는 아기는 내주고 의찬이는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날이 어두워지자 의찬이는 창문 밖을 바라보면서 아기를 생각했다. 의찬이는 방긋 웃는 아기를 잊을 수가 없었다.
"나도 동생이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