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동화]
어느 날 동자승은 아침 일찍이 일어나 마당을 쓸고는 산을 올랐다. 그리고 정상까지 오른 뒤에 큰 바위 위에 좌상을 하고는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참선을 하였다. 동자승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그러나 동자승은 꼼짝을 하지 않고 미동도 없이 그렇게 해를 마주한 채로 앉아 있었다. 마치 동자승과 해와 씨름을 하듯이 말이다.
어느덧 동자승의 그림자가 짧아져 가고 있었다. 해가 떠오를 때에는 동자승의 그림자는 매우 길게 그려져 있었다. 해가 하늘로 오르면서 동자승의 그림자는 점점 짧아지면서 결국에는 동자승이 앉아 있는 큰 바위에 품 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동자승은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자신의 그림자가 바위 안으로 들어온 것을 알았다. 그만큼 동자승은 수련의 경지에 이루었던 것을 증명해주는 셈이었다.
“음, 이제 일어나야겠군. 해오름이 곧 나의 심성을 일으켰음이라. 자연은 그 모습을 드러냈으니……. 이제 내려가야 할 때가 이룬 것이야~”
동자승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정상을 내려와 절에 이르렀을 때에 절밥 냄새가 동자승을 흔들었다.
“어허~ 어딜 감히 내 심성을 흔들렸는가!”
동자승은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상 앞에 108 배를 올려 잡념을 내려놓고 아상(아집)으로부터 벗어나 참나(我)를 지켜내고는 대웅전을 나왔다. 동자승은 대중방으로 들어가 스님들의 끝자리에 자리를 하고 앉았다. 그리고 동자승은 자신의 그릇을 내놓았다.
승려들이 식사하는 것을 발우공양이라고 한다. 발우란 목기 그릇이 넷이 있는데, 큰 그릇부터 순서대로 밥그릇, 국그릇, 물그릇, 찬그릇으로 되어있다. 절의 음식은 주로 채식이다. 옛날에는 스님들이 이른 아침에 마을에 내려가 중생들 중에 시주(施主)로부터 보시(布施)로 얻은 공양미(쌀)로 밥을 지었으나, 요즘에는 중생들이 절로 찾아와 보시하기 때문에 탁발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동자승은 스님들 틈에서도 당당하였다. 절에서는 큰스님이라고 해서 웃어른 행세를 하지 아니하며. 부처님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는 절에는 법도가 있다. 처음에는 석가모니는 이렇게 법의 의미를 말했다.
“내가 이 세상에 나타나기 전에도 법은 있었고, 내가 죽은 후에도 법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이 그렇게 되어 있는 그것이 곧 법인 것이다.”
그리고 석가모니는 이렇게 자주 설파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에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기에게 의지하라. 법에 의지하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일체가 하나이며 그 하나를 법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자신을 등불로 삼아라. 그리고 법을 등불로 삼아라.”
불교의 법도란 석가모니가 설파한 이 법의 깨우침을 말함인 것이다. 이 법도에 따르면 평등과 질서를 깨닫는 것이 불교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비록 어린 동자승이지만 절에서 소문날 정도로 영특하다고 인정받았던 것이다. 동자승은 자신의 음식을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이 먹고는 마지막 물그릇을 통해 목기까지도 깨끗이 씻어내어 제자리에 놓았다.
공양을 마치고 발우까지 마친 후에 모든 스님이 마지막 게송을 합창을 하고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자승도 함께 일어났다. 그리고 동자승은 절 주변을 돌며 심신을 다스리고는 조용히 승방으로 왔다. 그리고 툇마루에 걸쳐 앉았다. 동자승은 바위와 나무숲을 바라보며 살랑 불어오는 바람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에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잔잔히 동자승의 귓가로 들려왔다.
“네놈은 비겁하게 남의 것을 훔쳐 먹어? 수고하여 먹어야지~ 그게 자연의 이치인 줄 몰라!”
“너야 말로 비겁한 놈이야~ 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아무거나 먹어치우잖아!”
동자승은 귀를 쫑긋이 세워 유심히 듣고서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툇마루 끝자락에서 말벌과 밀잠자리가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싸우고 있었다. 동자승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말벌과 밀잠자리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말벌은 머리를 들었다 내치고, 즉 이마 까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밀잠자리는 날갯짓을 하며 말벌의 이마 까기를 이리저리 피하며 그 큰 입으로 말벌의 머리통을 쳤다 내쳤다 하고 있었다.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는지 동자승이 가까이 다가와도 말벌이나 밀잠자리는 정신이 없었다. 동자승은 이를 말릴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대로 뒀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떠올랐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법도니라는 것이 떠올랐던 것이다. 자연의 질서와 평등이 가지고 있는 법도라는 것을 동자승은 알고 있었다. 만일 동자승이 이들의 싸움을 말리면 자연의 질서를 깨치는 것이 되고 그냥 두면 평등이 무너진다는 이반적인 갈등으로 동자승은 망설이고 있었다. 결국 치열한 싸움 끝에 말벌은 밀잠자리에게 먹히기 시작했다. 그때에 동자승은 법도에 살생을 하지 마라는 것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밀잠자리에게 무력으로 행하려고 하다가 그만 멈추고 말았다. 자연의 이치는 그러할지라도 불교의 가르침은 인간에게 있는 것이라는 것이니, 살생하지 마라는 것은 인간에게 극한 된 가르침이라는 것으로 동자승은 깨닫고는 묵묵히 밀잠자리의 행위를 지켜보고 있었다. 밀잠자리는 전혀 양심의 가책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말벌의 몸통을 잘잘 씹어 먹었다. 그리고 흐르르 날아가 버렸다. 툇마루에는 말법의 날개 네 조각만이 남아있었다. 동자승은 그 날개 조각을 손가락으로 묻혀 들고는 유심히 바라보다가 하늘 위로 날려 보냈다.
“생명이란 살아 있을 때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부처께서도 그리 말씀하셨지. 자신만을 믿어라. 그리고 자신과 법도를 알아라. 음…….”
“아~ 그 뜻이었구나. 내가 부처의 가르침을 깨닫기 위해 법도를 수행하는 것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후에 일은 알 수가 없는 것이지……. 그것을 알고자 수행하는 것이었구나.”
동자승은 바람에 날아가는 말벌의 날개조각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법당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