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소라리자는 들길을 걸으며 깊은 생각에 젖어 있었다. 소라 섬의 무한한 넓은 바다를 회상하며 이름 모를 들풀과 꽃들과 함께 지내며, 소녀는 나름대로 이름을 불러주었던 들꽃들을 하나하나 불러보면서 시카고대학교 주변 들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특별히 목적이 있어서 가는 길은 아니었다. 소녀는 그렇게 걸었다. 소라 섬을 이리저리 뛰놀던 어린 시절이 그리웠던 소녀는 유난히도 들풀을 좋아했었다. 마치 자신도 들풀처럼 이름 없이 소라 섬을 돌아다니면서 즐거워했었던 그 시절을 되새겨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니, 소녀는 이름 없는 들풀처럼 살아가는 것을 더 원했는지도 모른다. 떠오르는 햇빛에 제일 먼저 반기고, 작은 바람에도 반기고, 아침 이슬에 젖어 살짝 몸을 떨며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내보이며 꿋꿋하게 자라줘서 소녀에게 포근함을 주는 들풀과 들꽃에 소녀는 환희를 느끼곤 했었다. 소녀 소라리자는 거침없이 코앞에 마주한 들꽃을 움켜쥐고 입맞춤을 하고는 이내 힘껏 뽑았다. 그리고 손에 있는 들꽃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