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하얀 눈이 내렸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내렸다. 출근하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동차에 쌓인 흰 눈을 쓸어내렸다. 차 지붕을 덮은 눈의 두께는 족히 15센티나 된다. 바닥에 쌓인 눈을 밟으니 등산용 신발이 눈 속에 숨는다.
"에이, 어딜 숨어!"
발을 들어 올려내니 신발은 수줍은 듯 멋쩍은 미소를 보낸다. 나도 빙그레 웃어주고는 말했다.
"그래, 니 맘대로 해라~ 누가 눈을 싫어하랴!"
괜히 불편해하면서도 실은 싫지 않았다. 밤새 추울까 봐 차에 두터운 솜털옷을 입혀주었는데.. 이젠 일어나 출근시켜 드려야지 하며 깨끗이 흰 눈을 털어냈다. 역시 눈 올 확률이 80프로라더니.. 거기에다 날씨까지 포근하니.. 엄청 눈이 내렸구나. 그것도 잠든 사람들 깨지 않도록 조용히 내렸구나.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은 즐겁다.
멀리 보이는 산도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네. 나도 하얀 솜잠바를 입었지. 가만히 자동차의 백밀러에 비춘 내 모습도... 머리가 하얗군! 집안으로 들어온 나는 책상 위에 보다 둔 애시를 넘기다 눈에 마주친 싯글...'하얀 세상'의 제목을 보고 속으로 애시를 읊어보았다.
산에도 들에도 하얀 세상이 되었다. 도시마다 빌딩마다 하얀 세상이 되었다. 빙그레 웃으며 나는 창문을 열어보았다. 하늘도 하얗다. 지나가는 여인은 우산을 쓰고 간다. 나는 창문 밖을 더 가까이 얼굴을 내밀고 살폈다.
"아~ 다시 눈이 오려나? 내 차도 아들 차도 깨끗이 눈을 쓸어냈는데... 그래도 뭐! 눈이 내리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나는 하얀 하늘에서 하얀 눈들이 이리저리 서로 치기 놀이하며 내려오고 있어서 재밌어 보였다. 옛날에는.. 어린 시절에는 눈 모양을 보려고 돋보기로 창문에 눈을, 장독 위에 눈을, 나뭇가지에 눈을, 보고 살피며 신났었지.. 지금은... 눈 모양이 어떨까? 어떤 학자가 말하길... 요즘의 눈이 옛날 같지 않다고 했다. 눈 모양도 변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