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부터 선생님을 뵈올 수 있었던 날이면 빠짐없이 선생님의 말씀을, 선생님과의 대화를, 그리하여 나의 영혼의 성장행로를 하나하나 내 일기 속에 기록해 둘 것을 오늘 이 밤 엄숙히 손을 들고 하늘을 두고 맹세하자.
이와 같이 『임석영 선생님』에게 관하여 일기 쓰기를 남몰래 결심한 지양은 첫날 다음과 같이 선생님의 말씀을 썼다.
『그렇지. 양이 떼를 지어 지나간 길에는 향기가 난다. 그러나 사람이 지나간 길에는 냄새가 나기 쉽다. 영미는 언제나 주위에 향기를 날리면서 살아가라. 백합화같이, 향기로운 백합화는 가시로 찌를수록 진이 나와 더욱 향기를 발할 뿐이다.』
『선과 악에서 선을 택하는 일은 쉽다. 그러나 선과 최선에서 최선을 택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사실 인생은 꿈이다. 인생은 꿈과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흔히 꿈을 사실처럼 잘못 생각한다. 인생은 꽃이다. 인생은 꽃과 같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도 잠깐이다. 여자를 보라. 남자들은 강하다. 그러나 강한 남자들도 조금 있으면 혼자 걷지도 못한다.』
『내 기쁨을 위하여 남을 괴롭히지 않아야 한다. 남을 괴롭히고 얻은 기쁨이 참 기쁨이 될 수 없다. 「피라미드」를 보라. 피라미드는 왕들이 자기들의 사후의 안식처를 삼기 위하여 만든 거대한 무덤들이다. 그중의 특히 어떤 것은 그 하나를 만드는데도 기원전 470년에 기초 공사를 하는데 10년, 세우는데 10년, 완성하는데 10년, 도합 30년 동안에 걸쳐 수십만 명의 인민의 피와 땀을 짜서 2만 7천 개의 큰 돌을 쌓아 올려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그 앞을 지나가는 길손들은 그 거대한 무덤 속에 꾸며 놓은 다방에서 <코카 콜라>를 마시며 지금은 말없이 누워 있는 그 폭군들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양이 선생님을 몹시 존경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생님을 찾아오던 모든 학생들 중에서도 가장 선생님을 따랐다고 생각한다. 나는 선생님이 지양을 몹시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버이가 딸을 사랑하는 꼭 그러한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지양의 일기 속에는 선생님의 말씀 이외에는 거의 다른 말이 없다.
『집에 돌아와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즐기느냐고? 내 대답하노니 오직 세 가지. 즉 창 너머 구름 보기. 누워서 책 보기. 눈을 감고 못 잊을 사람들을 생각하기.』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다. 사랑하는 자식을 업고 일하는 저 어머니를 보라. 그 무거운 것을 업고도 그 입에는 노래가 있다. 그러나 그만큼 무거운 돌을 업고는 잠시도 움직이지 못하리라.』
(교문을 나오시면서 하신 말씀. ○월 ○일)
<젊은 날의 노오트 / 정무심의 글에서>
사람이 태어나서 일생을 살아가면서 존경할 스승이나 인생의 등불이 될 책이나 그리고 사랑할 만한 여인이 없다면, 이처럼 공허하고 무의미한 인생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진실한 인생을 살아오지 못했다는 것이 된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인간관계에서 참다운 관계를 갖지 못함에는 거짓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존경할 만한 스승이 없다는 것과 좋은 책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진실을 찾으려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화를 할 때에나 글을 쓸 때에는 먼저 자신에게 진실한가를 되돌아보아야 하고, 다음은 타인에게 얼마나 진실한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할 때에 진정한 관계, 즉 나와 나의 관계, 나와 너의 관계, 나와 그분의 관계가 참다운 관계를 이루어져서 좋은 열매를 맺고, 좋은 향기가 나고, 나중에는, 나중에는 말이다. 천국으로 이어져가게 되는 것이다. 분명한 진리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 그리고 반드시 인생에 대해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젊은 날의 노오트]라는 이 책을 사춘기 때에 나의 스승, 나의 벗, 나의 지침서 역할을 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고생들에게 이 책을 나눠주고 싶어 했었다. 그러나 재고가 없다고 해서 많은 책을 구할 수 없어 일부만을 나누어주었었다. 그 후에는 더 이상 책을 발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얼마나 슬퍼했는지 모른다.
그토록 인생의 꿈을 지향하는 지영미 양은 임석영 선생님을 존경하여 일기장까지 만들어서라도 선생님의 말씀을 고이 간직하고 싶어 했는데……. 백합화처럼, 양 떼처럼 향기를 날리며 살아가라고 선생님은 말해주셨는데…….
결국은 지영미양도 임 선생님과 함께 625 전쟁 중에 북으로 끌려가고 말았다니……. 가슴이 미워지는 아픔을 그때나 지금까지 멈추질 않는구나.
‘인생은 꿈과 같다’는 말은 수많은 지식인들이 늘 하던 말이다. 그러므로 꿈을 이룬 사람이 있는가 하면,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꿈을 이루지 못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지나친 욕심에 있었거나, 아니면 폭군과 같은 인간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꿈을 반드시 이루어지게 되어있다.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진실한 꿈이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만물을 창조한 분이 신실하지 못하다고 밖에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의 꿈은 잘못된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 이유는 부모나 어른들, 사회로부터 인간의 탐욕과 교만의 뿌리를 둔 사상과 이념 그리고 전통, 문화로부터 젊은이들에게 의식화하거나 강요하듯이 교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식한 부모 슬하에 자녀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나오게 된다.
이러한 의식화의 교육으로부터 탈피하는 길은 스스로 얻기 힘들다. 그러므로 참다운 스승과 참다운 도서를 만날 때에, 인생의 등불이 되어 꿈을 실현하도록 안내를 해줄 것이다.
그래서 세례 요한은 예수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서, 두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보아라!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그러자 두 제자는 요한이 하는 말을 듣고 예수를 따라갔다고 요한복음 1장 36절에서 사도 요한은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