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멀리 황해바다가 바라보이는 쪽을 향하여 앉아 빵과 사과를 먹기 시작했다. 빵과 사과와 어느 쪽이 더 좋으냐고 선생님이 물으신다. 단 것을 안 먹고는 하루도 못 산다고 대답을 했다. 선생님의 눈들이 놀라 커지신다.
『단 것이 그렇게도 좋은가? 단 것을 안 먹고는 하루도 못살아? 단 건만 보면 물 본 기러긴가? 꽃 본 나빈가?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세상에 단 것처럼 위장에 나쁜 것은 없다. 단 것을 계속하여 지나치게 먹으면 뱃가죽이 백지장 같이 얇아진다. 뿐만 아니라 이 조직이 파괴되고, 전신 213개의 뼈가 서서히 녹아내리기 ㅅ작한다. 그러나 단 것이 정 먹고 싶으면 이처럼 나쁜 단 것의 해독을 피하는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식물성을 먹으면 된다. 될 수만 있으면 3배 이상의 식물성을 먹어야 한다. 나도 단 것을 꽤 좋아한다. 그러나 동시에 식물성을, 예를 들면 사과 같은 식물성을 동시에 먹을 수 없을 때는 나는 단 것을 바라본 적이 없다.』
선생님은 깎아 드리는 사과를 받으시면서, 사과의 덕을 예찬하시기 시작하셨다.
『사과는 참 좋은 것이다. 서양 격언에, "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란 말이 있다. <하루에 사과 ㅎㄴ 알씩만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배는 조금 먹으면 적당한 소화제가 되어서 좋으나, 많이 먹으면 설사가 나기 쉽다. 그러나 사과는 전연 그런 일이 없다.』
『나는 그럼 오늘부터 매일 틀림없이 사과 한 알씩을 먹기로 결심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내가 말했더니,
『그럼 정말 좋은 불로장생약을 하나 대주지.』
선생님은 말하시면서 다음과 같은 묘방(妙方)을 가르쳐 주시는 것이었다.
『이야말로 참 몸에 좋은 것인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 좋은 것이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①검은콩, ②검은깨, ③찹쌀, ④흑사탕, ⑤마(山魔). 이상 다섯 가지가 그 재료인데,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즉 같은 분량의 ①②③을 각각 볶아서 가루를 만들어 서로 잘 섞고, 이 ④⑤를 조금씩 섞어 하루 세끼 식후마다 찬물 또는 더운물로 두 · 세 숟가락씩 먹으면, 또는 물 없이 우물우물 씹어 먹어도 물론 좋다. 맛이 있으니까. 고소하니까. 이렇게만 하면, 그야말로 그 속에서 건강을 돕는 신비로운 힘이 나와, 젊은 사람은 늙을 줄을 모르며, 늙은 사람은 날마다 젊어만 간다는 것이다. 내 말이 아니다. 옛 의서에 있는 말이다.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이것을 오래 동안 해 잡수셨던 때문인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데 90이 넘도록 허리 하나 굽으려 지지 않으시고 오래오래 100세가 가깝도록 사셨다. 참, <마> 알지? 몰라? 큰 채소시장에 가면 있다. 만일 시장에서 사기 힘들 때는 한약국에 가서 산마(山魔)를 사자면 된다. 한약국에서는 <마>를 「산약」이라고 부르고 있다. <마>를 말려 가루를 만들어 섞는단 말이다. 한약국에서 파는 산마는 이미 잘 말라 있다.』
선생님은 파리한 내 손목을 바라보시면서,
『꼭 해 먹기를 빈다. 바란다. 부탁이다. 참 좋다. 생각해 봐라. 좋지 않겠는가. 찹쌀가루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데, 검은콩만 먹어도 장수한다는데, 흰 사탕은 나빠도 흑사탕은 좋으며, 마는 자고로 이름 높은 자양강장제. 검은깨의 높은 공덕은 이제 새삼스러이 말할 필요도 없이 폐에 좋으며, 신장병에 좋으며, 여자들의 「멘스」 불순에 좋으며, 또 이를 끼마다 밥에 훌훌 뿌려서 먹으면, 위산과다증 · 위확장 · 위궤양 같은 어려운 병이 반드시 나으며, 또 무엇보다도 시력이 약한 사람은 눈이 밝아지며……. 이 다섯 가지가 합하면 실로 놀라운 힘이 솟아오른다.』
……. 중략…….
나는 내 건강에 대하여 이처럼 섬섬(纖纖) 약질(弱質)이어서 감기 안 걸린 날이 걸린 날보다 적고, 설사 안 하는 날이 별로 없으며, 그야말로 뱃가죽이 선생님의 말씀대로 백지장과도 같던 나는, 이미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강강증진의 몇 가지 방법, 즉 일찍 자고, 일찍 깨는 일과, 아침마다 전신이 고추 빛 같이 빨개지도록 하는 냉수마찰과 단식과, 소식주의와 하루 한 번씩 아침마다 틀림없이 변소에 가는 일과, 밖에서 돌아와서는 반드시 양치를 하여 목구멍을 깨끗이 하는 일과, 하루 사·오백 개씩의 줄넘기와, 또 애써 물 좋고 골기 좋은 산속을 서서히 걷는 일들로써 이미 내 몸은 근본적인 체질의 개조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우리들은 신발을 고쳐 신고 일어났다.
<젊은 날의 노오트/ 정무심의 글, 백운대의 황혼 길에서>
육이오 전쟁이 발발하기 전날에 정무심은 임석영 선생님과 북한산 백운대 산행을 하여 백운대에 자리를 하고는 대화를 나누었던 이야기였지만, 너무나 귀한 대화를 하셨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 내가 중학교 시절에 이 부분을 읽고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서는 임 선생님이 하신 말씀대로 나는 행동을 하기 시작을 했었다. 다섯 가지 곡물, 검은콩과 검은깨와 참쌀 그리고 흑설탕과 산마로 만든 미숫가루를 매일 먹었다. 그리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용두산으로 산책을 가고, 줄넘기도 하며, 그리고 아침마다 화장실에 가는 일과 냉수마찰과 건수마찰을 하면서 내 몸을 튼튼하게 하려고 했었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지켜지고 있는 습관은 아침에 일어나 찬물을 마시는 것과 화장실에 가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나 한 절기 때, 봄이 오면 감기를 걸리는 것 외에는 별로 아픈 일이 없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말이다. 이처럼 나 역시 정선생 못지않게 임석영 선생님은 내 마음속에 스승으로 모시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책을 많은 분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젊은 날의 노오트」란 책은 오래되어서 점점 낡아져서 서서히 부서지고 있는 것이다. 욕심 같아서는 내가 재편집하여 젊은이들에게 읽히도록 책을 만들고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아직 생전에 계시는 정무심 선생님께 폐가 되기에 그렇게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나마 글로써 공유할 수 있어서 죄송하면서도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