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 그대로

[애시]

by trustwons

[그 모습 그대로]


회룡사 산자락을 따라

홀로 산을 오르다 보면

우아한 모습으로 자리한

바위는

육송이 벗 되어 자리를 하고

애송을 낳아 둥지를 틀고선

오가는 사람들에게

쉴 자리로 있으니

내려가는 사람들마다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네.


한 노신사가

산을 오르다가

그 바위 위에 홀로 앉아

먼 마을을 내려다보더니

등산 자루에서

보온병을 꺼내 차를 마시니

그윽한 녹차향기가

산을 가득 채우네

말없이 앉아있던

노산사가 일어서서

미소를 짓고 가니

뭇사람들

그 까닭을 알리 없고

노신사만이 홀로 아네.


선을 내려오는 때에

해가 서산에 기울어

산과 마을을

붉게 물들게 하는데

노신사가 다시 와

바위 위에 홀로 앉아

땅거미 내리는

먼 마을을 바라보니

불빛이 하나 둘 피어나고

아파트마다 몸을 숨기네


누군가 마련한 듯한

바위 위에 찻상이

고이고이 차려놓아 있네

노신사는 밝은 미소 지으며

녹차를 다려 들면서

청담을 나누니

들리는 소리 없으나

담소가 뜨겁더라

날이 새고 해가 떠오르니

자리를 털고 나서는

노신사가 웃고

바위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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